국적·생김새 달라도 韓 사랑하는 이웃들의 연말연시
국적·생김새 달라도 韓 사랑하는 이웃들의 연말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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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혜림·장수경·지승연·정다준 기자]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왔다.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는 전반적으로 들뜬 분위기다. 한 하늘 아래에서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음식을 먹지만 피부색 등 생김새가 다른 우리의 이웃은 지난 한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이웃을 만나 한해를 보낸 소회를 들어봤다.

네팔 출신인 우다야 라이(남, 46, 서울 은평구 불광동)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네팔 출신인 우다야 라이(남, 46, 서울 은평구 불광동)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네팔 우다야 라이 “힘들 때 고향 생각나”

“부모님이 제일 그리워요. 한국에서 힘들 때 특히 고향 생각이 많이 나죠.”

네팔 출신인 우다야 라이(남, 46, 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늘 고향이 그립다. 네팔은 네팔 달력인 ‘비크람 삼바트’를 사용해 한국 등 다른 나라와 새해가 다르다. 네팔의 새해는 4월이다. 우다야 라이는 “한국은 2월이 명절이어서 네팔 명절인 4월엔 못가고 2월에 간다. 물론 가야 할 일이 생기면 고향에 갈 수는 있으나 최대한 회사 스케줄에 맞추려 한다”며 ‘달 바트’라는 음식이 있다. 한국으로 치면 백반이다. 네팔과 한국 재료들은 비슷한 게 많지만 향신료 때문에 맛이 차이나서 음식들이 그립다”고 털어놨다.

현재 그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일하며, 이주노동자를 위해 힘쓰고 있다. 우다야 라이씨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했으나 법 제정이 잘되지 않았다”며 “고용허가 제도가 폐지돼 내년에는 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이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정부나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우리 이주노동자들도 한국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 우리를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덧붙였다.

중국 교포 윤금애(43, 여, 서울 구로구 구로동)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중국 교포 윤금애(43, 여, 서울 구로구 구로동)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중국 윤금애 “韓, 보고 배울 게 많아”

“구로동에서 10년 동안 살았어요. 구로동의 질서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순찰대를 만들었죠. 우리가 외국인이 아니라 한 교포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좋은 일 하면서 우리도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알리고 싶습니다.”

윤금애(43, 여, 서울 구로구 구로동)씨는 중국 교포로 구성된 구로4동 자율방범대 대장을 맡아 매주 화·목·토요일마다 구로4동을 순찰한다. 윤씨는 “고향에 있는 친구들이 그립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에 뿌리를 두고 살고 있다”며 “한국에서 보고 배울 게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순찰대라고 순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윤씨는 “포항 지진이 일어났을 때 중국 교포 30여명이 직접 포항에 가서 쌀 50포를 전달했다”며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포항에 가서 쌀을 전하고, 자원봉사도 하는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니하트(26, 남, 서울 서초구 방배동)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아제르바이잔 출신 니하트(26, 남, 서울 서초구 방배동)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아제르바이잔 니하트 “情 문화 있어 좋아”

10여년 전 한국에 온 아제르바이잔 출신 니하트(26, 남, 서울 서초구 방배동)씨의 올해는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날이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아내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IT회사를 다니고 있는 니하트씨에게 한국은 이제 제2의 고향이다.

니하트씨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좋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메리크리스마스’하고 인사하더라. 한국이 내 고향이라 생각이 든다”며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모르는 사람과 인사할 수 있는 ‘정(情)’이라는 문화가 있어서 좋다”고 극찬했다.

그렇다고 외국인의 한국살이가 녹록한 것은 아니다. 니하트씨는 “한국에 살면 살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이 엄청 많아진다. 은행 입출금이 어렵고, 모든 단어가 한국말로 돼 있다”며 “내가 한국말을 잘 해도 은행에서 거래하려면 몇개의 서류에 사인해야 한다. 외국인은 정상적인 은행에서 대출을 못 한다”고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웃이더라도 피부색이 다르면 무조건 외국인이라는 선입견이 생긴다. 그는 “한국에서 다문화라고 하면 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 돈이 없어서 있는 것 아니다”며 “한국이 나와 잘 어울리는 곳이라 생각하고, 한국이 좋아서 이곳에 있는 거다. 다문화를 낮게 보는 생각이 바뀌었으며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다문화가정도 한국인이 생각하는 ‘우리’에 포함됐으면 좋겠어요. 빨리 한국 국적을 따서 완전한 한국인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갈 거예요.”

중국에서 와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가정의 한인혜(36, 여, 서울 서초구 양재1동)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중국에서 와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가정의 한인혜(36, 여, 서울 서초구 양재1동)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중국 한인혜 “이젠 고향집이 더 불편”

“올 한해 정말 바쁘게 지냈어요. 직장도 다니다 보니 가족을 잘 챙기지 못한 것 같아요.”

한인혜(36, 여, 서울 서초구 양재1동, 중국)씨는 1999년에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한국인 남편을 만나 다문화가정을 꾸렸다. 한씨는 “처음에는 모르는 게 많아 굉장히 어색했다. 이제는 오히려 고향 집에 가면 불편하다”며 “한국은 모든 일을 편리하게 할 수 있어 좋다. 교통수단과 SNS가 잘 발달해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는 게 바빠 정신없이 생활하다가도 문득 고향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한씨는 “명절 때나 아플 때 고향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며 “명절 때 한국의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서로 안부 전하고 서로의 기쁨 나눌 때 제일 생각 많이 났다. 아플 때는 엄마가 없어서 속상한 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에서 오래 살았어도 그는 아직 적응 중이다. 한씨는 “한국 사회는 굉장히 빠르다. 중국 사람은 약간 느긋한 성격이고, 여유 있게 일한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뭐든지 급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생활이나 직장이 급하게 돌아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다. 가끔은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섹 알 마문(남, 42, 경기도 부천시)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방글라데시 출신 섹 알 마문(남, 42, 경기도 부천시)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방글라데시 섹 알 마문 “연말, 큰 의미 두지 않아”

섹 알 마문(남, 42, 경기도 부천시)씨는 방글라데시 출신이다. 이주민문화예술공간 프리포트라는 단체에서 이주민 문화예술가로 활동하는 그는 영화감독으로 7편의 영화를 제작, 연출했다. 섹 알 마문씨는 “연말보다 설날 등 명절에 가족이 더 그립다”며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에 연말이라고 특별히 가족이 그립진 않다. 이주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다 연말에 큰 의미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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