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속촌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한국민속촌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270여채 이건·복원해 조성

조선 시대 마을 거니는 느낌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코끝이 시린 한겨울이다. 요즘처럼 혹독한 추위에는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깔린 이불 속으로 들어가 귤을 까먹는 게 최고의 부귀영화다. 하지만 춥다고 해서 기나긴 겨울을 집안에서만 보낸다면 곧 찾아올 봄에 체중계의 앞자리가 바뀐 것에 충격을 받거나 종잇장같이 약해진 저질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후회할 것이다.

‘방콕(방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아니함)’하고 싶은 마음을 벗어 던져 버리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신나고 건강하게 야외활동을 즐겨보는 것도 기나긴 겨울나기의 좋은 방법이다.

칼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12월의 어느 날 날씨에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한국민속촌을 찾아 옛 정취를 느껴 봤다. 배산임수와 풍수지리에 알맞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한국민속촌이 있다. 한국민속촌은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민속 박물관이다.

표정이 익살스러운 장승들. 내삼문을 지나면 효자문과 장승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표정이 익살스러운 장승들. 내삼문을 지나면 효자문과 장승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민속촌은 99㏊(30만여평)의 넓은 부지로, 오랜 시간을 거쳐 전승된 우리 문화 속 생활풍속을 한데 모아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민족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조성됐다. 1974년 창립된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 속의 전통문화 관광지로 자리 잡은 뒤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 2015년부터 주정뱅이, 나쁜 사또, 거지, 암행어사 등 다양한 조선캐릭터를 선보여 젊은이들에게 ‘핫(HOT)’한 관광지가 됐다. 관람객은 민속촌 곳곳을 누비는 조선캐릭터 덕분에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 하는 듯 관람할 수 있다.

커플에겐 데이트 장소로, 가족에겐 나들이 장소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민속촌에 따르면 캐릭터 행사를 진행한 이후 전체 관람객은 약 35% 증가했으며, 한국민속촌 공식 SNS를 통해 젊은 층에 알려지면서 20대 관람객이 60% 이상 늘었다.

한국민속촌의 한옥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한국민속촌의 한옥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조선캐릭터를 꼭 만나고 싶다면 캐릭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말에 민속촌을 찾길 추천한다. 그러나 사람이 몰리는 장소를 싫어한다거나 민속촌을 여유 있게 관람하며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관람객이 너무 없어 썰렁하기까지 한 평일을 택하는 게 좋겠다. 평일에도 조선캐릭터 일부가 활동한다고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었으나 기자가 간 날에는 한명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기자가 찾은 날은 월요일이다. 민속촌은 여느 박물관과 다르게 연중무휴로 월요일에도 운영한다. 단 절기마다 운영시간은 다르다.

한국민속촌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한국민속촌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조선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민속촌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상가마을에 당도한다. 한정식집과 쇠고기 국밥, 동래 해물파전, 종로 녹두전 등 다양한 식사류와 안주류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있어 배고픈 시간여행자는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민속촌의 특징은 모든 건물이 전통적인 한옥으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한옥에서 즐기는 해물파전과 동동주는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최고의 한상이지만 취한 채로 여행을 시작할 수 없어 무거운 발걸음으로 민속마을에 들어섰다.

민속마을은 각 지방에 남아있는 조선 시대 가옥을 옮겨와 복원해 조성한 마을이다. 철저한 고증과 자문을 거쳐 사계절 변화에 따라 생활문화가 재현됐다. 오랜 시간 각 지방에 남아 있는 가옥을 조사해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복원된 민속마을을 걷다 보면 진짜 조선 시대 마을을 거니는 느낌이 든다.

초가집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옥수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초가집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옥수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내삼문을 지나면 효자문과 마을을 지키는 장승이 시간여행자를 반긴다. 양옆에는 옹기생활관과 옹기·부채·담뱃대·대나무·탈·짚신 공방이 줄지어 있다.

다양한 공방체험을 뒤로하고 바로 앞 남부지방 농가로 향했다. 남부지방 농가는 일(一) 자형으로 나란히 배치된 호남지방 특유의 건축형식이 잘 반영돼 있었다. 중농가에 속하는 이 집은 안채, 바깥채인 광채(머슴이 지내던 방과 부엌, 외양간, 광 등으로 구성), 문간채로 구성돼 있다. 각 방은 마루로 이어져 있어 일자형 구조여도 오가는데 편해 보였다.

안채 마루에서 밀짚모자를 쓴 한 아저씨가 열심히 지푸라기를 꼬아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었다. 광채에는 한국민속촌 최고의 일꾼인 소 ‘복순이’가 추위를 피해 외양간 안에 있었다. 복순이가 추울까 걱정됐지만 외양간 옆 부엌에서 불을 지펴 시간여행자보다 따듯해 보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이번엔 좀 더 부잣집으로 가봤다. 위쪽으로 직진하면 남부지방대가의 집이 나온다. 호남지방의 가옥을 그대로 옮겨온 남부지방 대가는 ㄷ자형의 안채와 ㄱ자형의 사랑채, 일자형의 광채, 문간채가 튼 ㅁ자형(ㄷ자형)으로 배치된 게 특징이다. 규모가 크지만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구조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건물 자체가 아름다워 이곳에서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이 촬영되기도 했다.

다시 위쪽으로 오르면 관아가 나온다. 관아는 지방행정을 담당하던 관원들이 모여 공무를 보던 관공서로 용인지방의 옛 행정구역이던 용구현의 관아를 복원한 것이다.

지붕 높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선보이는 박회승 선생.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지붕 높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선보이는 박회승 선생.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우와~~!”

어디선가 들리는 감탄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니 줄타기공연장에서 명인 박회승 선생이 높이 3m의 줄 위에서 공중줄놀음을 하고 있었다. 궁중줄놀이는 땅 위에서 춤을 추듯 줄 위에서 화려한 놀림을 자랑하는 놀이의식이다. 48가지의 화려한 기술을 모두 보진 못했으나 춤을 추는 듯한 박회승 명인의 묘기와 맛깔스러운 입담에 함성과 박수가 절로 나왔다.

시간여행이 조금 힘든 여행자는 놀이마을로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된다. 놀이마을에는 15종의 다양한 놀이기구가 마련돼 있다. 특히 한국 공포의 진수를 보여 주는 ‘전설의고향’과 ‘귀신전’이 인기다. 한국적인 공포를 몸소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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