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흐르고

김선미
 

내 어린 시절 학교 가는 길
햇볕에 반짝이던 은물결
눈이 부시도록 차랑거려
학교 가는 길
집으로 오는 길
내 길 동무가 되어주던
그 아름다운 강
바람 부는 날
눈이 내리는 날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네.
반짝거리며 빛나던 은물결

나는 오늘도 소풍을 간다.
은물결 반짝이는 한강으로

 

[시평] 

지금은 시골 풍경도 많이 달라졌지만, 옛날 우리의 어린 시절 학교 가는 길이 대체적으로 십리, 시오리 정도는 됐다. 논둑길을 따라 걷다보면, 작은 언덕이 나오고, 언덕을 지나면 이내 크지 않은 개천을 만나, 그 개천을 따라 걷다보면, 멀리 학교 건물이 바라다 보이는, 그런 등하교길이 우리 옛날의 모습이기도 했다.

마을에 또래 아이가 없어 그 길다면 긴 길을 혼자서 등하교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있다. 혼자서 걷는 십리, 시오리 길. 책보따리를 등에 지고, 신발주머니를 앞뒤로 흔들며 혼자 가는 등하교길. 그 길은 혼자라서 심심하기도 했지만, 작은 동산도 있고, 논둑의 풀꽃들도 있고, 또 함께 졸랑졸랑 따라오며 흐르는 시냇물도 있어, 그렇게 심심하지만은 않았었다. 

바람 부는 날, 눈이 내리는 날, 길 친구가 되어주던 물결. 반짝거리며 빛나던 은물결.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던 기억 새롭구나. 오늘 그 옛날 학교 가던 그 시골길 생각을 하며, 은물결 반짝이는 한강변으로 소풍 삼아 나가니, 그 옛날 반짝이는 은물결 따라 등하교 하던 어린 시절 새삼 새로워지는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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