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남북한의 정치, 군사 부분을 다룬 영화가 요즘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특히 북한 군부의 쿠데타라는 설정과 북한 1호 김정은이라는 권력의 정점을 다루고 있어 세간의 관심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더해 국제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북한 핵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바로 영화 ‘강철비’이다.

필자는 영화개봉과 함께 바로 상영관을 찾았다.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작품으로 크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시대적인 상황에 견주어 어떤 메시지를 안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영화를 통해 전해오는 메시지를 칼럼을 통해서 비평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남북한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영화 ‘강철비’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극물로 암살한 정찰총국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선 분단 70년의 역사 속에서 비극의 유물로 기억되는 남침용 땅굴을 이용해, 대한민국 국군복장으로 위장한 북한 정찰총국 소속원들이 미군의 로켓발사차량을 탈취해 마침 개성공단에 내려온 김정은의 1호행사장을 향해 수발의 로켓탄을 쏜다. 미군에 의해 먼저 저질러진 도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북한 정찰총국의 쿠데타는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1호 김정은이 핵무기조차 세습왕조의 권좌유지용으로만 이용하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그의 제거를 명분화하고, 군부강경파를 대변해 미국과 일본, 한국에 대해 전면적인 전쟁을 기획한 것이었다. 개성공단 방문현장에서 공격을 당한 1호 김정은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남한의 병원을 전전하는데, 거기에는 오로지 신처럼 떠받드는 개성공단 여성노동자들이 동행한다. 이들은 비가 오는 날 남한의 어느 전봇대에 올라가 현수막에 새겨진 김정일의 사진을 안고 ‘우리 장군님이 비를 맞고 계신다’며 울부짖던 미모의 여성응원단을 연상케 한다.  

또한 남한의 등장인물은 모두 청와대 실세들이다. 여기에 대적개념의 최일선 기관인 국정원이나 군은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거나 역할은 너무나 미미하다. 임기말의 청와대와 새로운 선거에서 당선된 당선인 인수위가 시작과 끝이다.

결국 영화는 엄철우(정우성 분)가 위치추적기를 갖고 북한 쿠데타 본진으로 들어가 거기에 최신 벙커버스터인 타우르스를 쏘아 쿠데타군을 궤멸시키고, 북한이 만든 핵무기의 절반과 남한에서 치료중인 1호 김정은을 군사분계선에서 교환하는 것으로 대미의 막을 내린다.  

필자가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딱 한가지다.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행동한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일반적인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심지어 국민의 의식마저 망각하게 하려는 감춰진 의도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북한에는 강경파니 온건파니 하는 당파는 없다. 문제의 모든 시작과 끝은 심지어 그 과정까지도 1호에게 귀결된다. 3대로 이어지는 소위 1호들은 한없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어떨 때는 자신의 측근들을 인민의 이름으로 단죄하면서 권력을 유지해왔을 뿐이다. 북한이라는 감옥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중핵은 이들 1호다.

김일성 시절부터 대남공작의 일군으로 활약한 김용순, 김양건, 심지어 장성택 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듯이 이들 모두 1호 장기판의 졸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정찰총국이니 보위부니 호위사 등등 말할 것도 없이 북한주민들은 이 사악한 1호의 노예일 뿐이다. 충실한 노예냐 아니면 죽지 못해 공포에 질려 인질로 잡혀있는 노예인가의 차이밖에 없다. 재미있게 보되 잘못된 메시지에 현혹된다면 그것은 스스로 레밍(lemming)이 되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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