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의 검토 결과 발표를 앞두고 발언을 하며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의 검토 결과 발표를 앞두고 발언을 하며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27일 ‘위안부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 발표
핵심요구사항, 한국 달랑 3개… 일본 7개 이상
“‘사죄 불가역성’이 ‘불가역적 해결’로 바뀌어”
피해당사자 입장 없고 관계부처 의견도 무시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불가역적 의미도 왜곡됐다. 합의 핵심사항을 보면 불균형 합의였다. 피해자 당사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합의였고, 관계부처 간 유기적 협력도 안 됐다.”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오태규 위원장이 검토위원 9명과 함께 2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참석해 국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이날 오태규 위원장은 지난 5개월간 위안부 합의 내용에 대해 “첫째, 피해자 접근과 취지가 얼마나 반영됐나. 둘째, 국제 인권적 성격 다자적 성격이 얼마나 적용됐나. 셋째, 국민의 뜻이 협상에 잘 반영됐나. 넷째, 청와대·협상대표·고위급간 협력과 소통은 원활했는지 살펴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불가역적’ 의미의 왜곡

오 위원장은 지난 5개월간 위안부 합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불가역적’이라는 의미도 왜곡됐다”며 “애초에 피해자 단체가 일본이 사죄한 뒤 번복하는 사례가 반복되니 되돌릴 수 없는 사죄가 돼야 한다는 취지의 ‘사죄의 불가역성’을 요구한 것인데 일본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위안부 문제의 해결의 불가역적’이라는 말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이 들어 있는 문장 앞에 ‘일본 정부가 재단 관련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라는 표현을 넣자고 먼저 제안한 쪽은 한국이었다”며 “한국 쪽은 위안부 합의 발표 시점에는 일본 정부의 예산 출연이 아직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행을 확실하게 담보하기 위해 이러한 표현을 제안했지만, 이 구절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의 전제에 관한 논란을 낳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양측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법적 책임’ 인정은 해석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선에서 합의했다”면서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일본 쪽의 희망에 따라 최종 합의에서 일본 정부의 표명과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조치에 협력한다고도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요구, 韓 달랑 3개… 日 7개 이상

오 위원장은 또한 “국장급 협의 12차례와 고위급 비공개 협의 8차례 등 총 20여 차례의 협의 과정에서 핵심사항을 정리·비교해 보면 한국 측에 일방적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이었다”며 “공개된 부분만 봐도 불균형 합의”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이날 프로젝트영상을 통해 한·일 양 측의 핵심요구사항의 차이를 비교해 보이면서 “한국 측 핵심사항은 일본 정부의 ‘책임·사죄·보상’ 등 3가지에 불과한 반면, 일본 측의 요구는 공개부분은 ‘최종적·불가역적, 소녀상 이전 문제, 국제사회 비난 자제’와 비공개부분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단체 설득, 소녀상 문제, 제3국 기림비 설립 문제, 성노예 용어 사용 등의 자제’ 등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또한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의 외교는 정부 관료의 손에 전적으로 맡겨진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와 같이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은 국민과 더불어 호흡하는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서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태규 외교부 위안부합의검토 TF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오태규 외교부 위안부합의검토 TF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피해자 입장 수렴 중요… 국제 문제로 인식해야

이날 오 위원장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본질적으로 ‘가해자 대 피해자’ 구도에서 피해 여성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피해 구제과정에서 피해자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부는 피해자의 의사와 입장을 수렴해 외교 협상에 임할 책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전시 성폭력인 위안부 문제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이자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며 “국제사회는 전시 성폭력 문제에 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해결 노력을 하면서, 피해 구제를 위한 국제규범을 발전시켜 왔기에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한·일 양자 차원뿐 아니라 국제적인 차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교 당국자도 할 말 못한 ‘합의’”

오 위원장은 또한 “대통령과 협상 책임자, 외교부 사이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합의 사항에 대해사 외교부 당국자가 지적을 해도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이번 위안부 합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폭넓은 의견 수렴과 유기적 소통, 관련 부처 사이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위안부 문제는 한·일관계를 넘어 한국 외교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기에 관계부처·협상관계자 사이 등의 유기적 협력·소통을 통해 대외정책과 균형을 이루는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 위원장은 이날 마지막으로 “보고서의 서술 원칙은 국민의 눈높이를 중시해 국민이 쉽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작성했고 외교부 홈페이지에도 공개했다”며 “가치중립성을 위해 노력했고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와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마지막까지 고심했다”고 말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올해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외교부는 7월 31일 장관 직속으로 설치돼 위안부 합의의 경위와 내용을 검토·평가했다. 위안부TF에는 오태규 위원장을 비롯해 한일관계·국제정치·국제법·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위원 9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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