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정규직화 위한 정부 컨트롤타워, 매우 취약한 상태”
비정규직 노조의 자발적인 조직률 향상 강조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일자리 질에 초점을 맞춘 정규직화가 되려면 일자리 총량만 늘리는데 주력해선 안 됩니다. 경제부처들 특히 기획재정부(기재부)를 중심으로 한 경제부처들은 일자리 양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고 있고 일자리 질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양질의 정규직화를 이룰 수 있는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매우 취약한 상태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연말을 맞은 시점에서도 여전히 확실한 해답이 나오지 못한 가운데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만난 이남신 소장은 정부의 ‘컨트롤타워’의 부족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해결하지 못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루기 위해선 정부의 컨트롤 타워 기능과 함께 ▲정규직 노동조합(노조)과의 갈등구조 해결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노조 결성 ▲노조에 대한 혐오 정서 극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일자리위원회가 이용섭 부위원장을 위시해서 반장식 수석비서관 등 전부 기재부 관료 출신”이라며 “고용노동부가 이야기한 ‘상기지속업무의 정규직화’로 가는 양질의 정규직화 원칙이 실제 진행과정에서는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나 참여정부 때처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고용이 한시적으로 보장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정부가 조금 더 세밀한 2단계 정규직화 계획까지를 염두에 놓고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구조 해결에 대해선 정부·사용자·정규직·비정규직 등이 함께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규직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규직은 공개채용 과정을 통해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전환방식과는 다르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센터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합리적 대안으로 ‘근속연수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전환 가능한 근속연수를 얼마로 해야 할 지 고민해야겠지만 일정한 근속연수를 충족한 경우 정규직화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더 이상 채용이냐 전환이냐 등을 두고 소모적인 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에 따라 노동조합을 얼마나 조직화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정규직화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개인 비정규직 노동자가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집단의 목소리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적인 기구는 노조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 재고 없이는 지속가능한 정규직화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가다가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물거품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비정규직 당사자가 스스로 단결하고 노조로 조직화돼서 현장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노사협상을 통해서 모색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현재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2%밖엔 되지 못하고 있다. 너무 낮다보니까 정규직화가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고 정규직 노조의 반발에 대해서도 대응이 취약하며, 정부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진행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이 소장의 지적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를 포함해서 모두가 노조를 만드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선전하고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고 노조 조직률을 올려 복지국가의 최소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 이러한 인식이 바탕이 된다면 노조 조직률 20%를 넘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은 사용주들의 인식에 대해서 바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처럼 재벌 오너들이 갖고 있는 반노조와 노조에 대한 혐오 정서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인식은 OECD라는 선진국 그룹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노조는 혁명조직이 아니고 엄연한 합법적인 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과도하게 이념적인 색을 입히는 부분이 있다면 극복해야 한다”며 “그래야 민간부문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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