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150분간 공연 빌리들

10개월간 매일 6시간 훈련

발레·탭댄스·텀블링 등 소화

 

자녀세대 향한 결연함 눈길

세상에 모든 빌리 생각하게 해

담배연기 환기 안 돼 아쉬워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지난 2010년 비영어권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7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올랐다.

2000년 개봉해 아카데미상 후보로도 올랐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아역 배우들의 등용문으로 유명하다. 리암 모어, 제임스 로마스 등 역대 빌리는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 배우상을 휩쓸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존 왓츠 감독)’의 주인공 피터 파커를 연기한 배우 톰 홀랜드의 데뷔작도 이 뮤지컬이다.

막이 오르면 관객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당시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는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영국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탄광을 폐쇄한다는 뉴스 화면이 무대에 비친다. 이에 영국 북부 탄광촌의 광부들은 대파업에 돌입했다.

‘빌리’는 작은 탄광촌에서 ‘아빠’ ‘할머니’ 형 ‘토니’와 함께 살고 있다. 파업에 참여 중인아빠와 토니,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빌리를 잘 돌보지 못한다. 아빠의 강요로 권투를 하던 빌리는 우연히 ‘미세스 윌킨슨’이 이끄는 발레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미세스 윌킨슨은 빌리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최고의 발레 학교인 로열 발레스쿨에 보내고자 한다. 그러나 가족들의 반대로 빌리는 더는 발레를 할 수 없게 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어느 날 빌리는 친구 ‘마이클’의 권유로 억눌러 왔던 발레에 대한 열정을 다시 깨운다. 혼자 마을회관에 있던 빌리는 아무도 모르게 발레를 추고, 이를 우연히 본 아빠는 그의 재능을 깨달아 둘도 없는 지원군이 된다.

7년 만에 재현되는 레플리카(오리지널 연출과 무대를 그대로 구현하는 방식) 라이선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관건은 원작을 고스란히 재현해내는 것이다.

한국 제작사는 지난해 4월부터 3차례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빌리의 충족 조건은 ▲변성기를 겪지 않은 만 8~12세 ▲키 150㎝ 이하일 것 ▲아크로바틱·탭댄스·발레와 같은 춤에 재능이 있을 것 등이다. 그 결과 천우진(14), 김현준(13), 성지환(12), 에릭 테일러(11), 심현서(11) 등 4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매일 6시간의 훈련을 받는 ‘빌리 스쿨’에서 10개월의 트레이닝을 거쳐 무대 위에 섰다.

빌리 역의 배우는 1200여석을 채운 관객들 앞에서 150분 동안 공연을 이끌어가야 한다. 빌리 역을 맡은 아역 배우들은 성인 배우 못지않게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무대를 이끈다. 발레부터 탭댄스, 텀블링 등 고난도 안무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아직 섬세한 감정 표현은 서툴다. 그러나 마지막 공연까지 성장세를 고려하면 빌리들의 변화되는 모습도 공연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빌리 엘리어트’는 작고 힘없어 보이는 존재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정부와 파업 이탈자의 투쟁에만 혈안이 된 마을 사람들과 달리 빌리는 새로운 세계로 나가려는 희망으로 반짝인다. 파업 실패로 자신들의 삶은 더욱 암울해졌음에도 앞길이 창창한 소년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라나는 미래세대에 대한 어른들의 결연함이 느껴진다.

다만 공연장 환기 시스템이 너무 좋지 않아 아쉽다. 성인 연기자들은 암울한 탄광촌 마을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하는 장면마다 담배를 피운다.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는 “유해성을 줄이기 위해 담배 대신 진해거담제를 피운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장면마다 발생하는 연기와 냄새에 객석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콜록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부모 함께 온 어린 관객이 많은 작품인 만큼 환기 시스템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듯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지난 16일 공연에서 성지환군이 빌리로 분했다. 각종 태권도 대회를 석권한 태권도 유단자인 성지환군은 절도 있고 박력 넘치는 발레를 선보였다. 1부에서보다 2부에서 훨씬 더 안정적으로 안무를 소화해 시간이 갈수록 발레 실력이 향상되는 실제 빌리를 보는 듯하다.

극의 마지막에서 마이클은 마을을 떠나는 빌리를 향해 “안녕, 빌리”라고 외친다. 안녕은 헤어짐을 뜻하는 인사말이기도 하지만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함’을 뜻하기도 한다.

공연이 끝난 후 극 중 빌리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빌리에게 ‘안녕’을 빌게 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내년 5월 7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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