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한국납세자연맹 등 17개 단체로 꾸려진 ‘소득세법 시행령 개악저지를 위한 시민단체’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누더기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 및 공평과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5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한국납세자연맹 등 17개 단체로 꾸려진 ‘소득세법 시행령 개악저지를 위한 시민단체’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누더기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 및 공평과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5

소득세법안 과도한 특혜 논란
기재부 “꾸준히 보완해 갈 것”
종교계, 활동비 신고의무 반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인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26일 종교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29일 시행령 확정안이 공포되는 것만 남았다. 이로써 50년 만에 종교인도 국민들과 같이 납세의 의무를 다하게 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종교계가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개정한 시행령을 두고 특혜 의혹뿐 아니라 위헌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55회 국무회의를 열고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한국납세자연맹 등 시민단체와 일부 종교계는 상한선이 없는 무제한 비과세가 가능한 종교활동비 범위와 종교인 세무조사 특혜조항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는 소득세법의 기준을 벗어난 특혜이자 위헌 소지가 큰 것이기에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내년 초 헌법소원을 제기할 뜻을 내비쳐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혜 논란을 불러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제19조 제3항 제3호는 ‘종교 관련 당사자가 소속 종교단체의 규약 또는 소속 종교단체 의결기구의 의결·승인 등에 의하여 결정된 지급기준에 따라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은 금액 및 물품’을 비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세무당국이 아닌 종교단체가 종교인 소득에서 세금을 물리지 않는 비과세 범위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종교단체가 자체 기준에 따라 낼 세금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222조 2항은 세무조사 특혜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단체가 종교 관련 종사자에게 지급한 금품 등 외에 종교활동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을 구분해 기록·관리한 장부 또는 서류에 대해 조사나 제출을 명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세무당국이 종교단체의 장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종교단체는 해당 장부를 세무서에 제출할 의무도 없어 형평성 논란을 사고 있다.

정부는 또 222조 3항을 신설했다. 이는 종교인이 탈세할 경우 세무당국이 세무조사를 하기 전 종교단체에 수정 신고를 하도록 우선 안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교활동비 장부 미제출과 세무조사 사전 통지는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과세형평 측면에서는 미흡하고, 종교 자유 측면에서는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과세 대상이 종교인이라는 특수성, 수용성 등을 봐서 보완할 수 있다는 정책적 고려를 감안해서 만든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내년에 종교인 과세가 도입되고 시행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지속 보완할 생각”이라며 “한 번도 세금을 내지 않았던 분들이 50년 만에 과세 대상이 되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가 종교인 과세안을 계속 보완하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종교인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함에 따라 제도가 크게 바뀔지는 미지수다.

기재부는 조세 형평성 논란과 특혜 의혹에도 ‘종교활동비 신고 의무’만 추가해, 국무회의를 통과시켰다. 종교활동비 신고 의무에 대해서도 종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기재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22일 성명에서 “정부가 종교활동비 신고와 세무조사를 추가함으로써 종교 활동 감시와 종교 자유 침해 과세의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재부의 시행령 재입법안이 확정·시행되면 종교 활동을 위축시킨다. 종교 탄압을 불러일으킬 개악법은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입장문을 통해 종교활동비 신고 의무를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조계종은 조세정책과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수행정진만을 추구하시는 스님들에게 지원되는 비용을 ‘종교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분류해 신고하라는 기재부의 금번 입법예고 내용은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종교투명성감시센터(준)와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26일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종교인과세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세종 정부종합청사 기재부 세제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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