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응원도구·티셔츠·현수막에 씌여진 영어가 눈에 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홍보 절호의 기회 놓쳤다”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대한민국의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낸 23일. 나이지리아전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모인 전국 곳곳의 12번째 선수인 붉은 악마 50만 명이 붉은 함성의 물결을 만들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색 물결은 “대~한민국!” 응원 함성과 함께 전 세계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붉은색 티셔츠 색깔만큼 월드컵 응원 열기는 달아올랐지만 전 세계인에게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월드컵 공식 붉은 티셔츠를 살펴보면 ‘Korea Legend’ ‘The Shouts of Reds, United Korea’ ‘Again Corea’ 등과 같이 영어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응원도구 중 하나인 머플러나 두건, 막대풍선 안에 새겨진 글자도 대부분 영어다.

23일 서울광장에 모인 젊은이들 틈에서 온 몸을 태극무늬로 디자인한 이계춘(69,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씨가 눈에 띄었다. 이 씨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 큰 힘을 발휘한다”며 “이러한 의미를 외국인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고 튀는 복장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씨는 특히 “월드컵 티셔츠나 응원도구, 간판 광고 등에 영어보다는 한글로 표기했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붉은 옷과 함께 한글을 생각할 텐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상하이 동방명주 1층 로비에는 세계 10대 경관이 소개돼 있다. 놀랍게도 세계 10대 경관 중 하나로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광장에 운집한 붉은 악마의 응원 장면이 전시돼 있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 소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응원문화에 정체성이 부족하다”면서 “한글로 디자인한 멋진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모습이야말로 한국의 이미지를 잘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적인 선수인 김연아가 한글로 디자인한 옷을 입고 응원을 펼쳤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를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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