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물 흐르듯 살아라’라는 말이 있다. 물처럼 자연의 이치에 순응해야 함을 빗댄 말이다. 물은 스스로 갖춘 형태가 없다. 길을 터 주면 터 준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그리고 다투지도 않는다. 오른쪽으로 길을 터주면 오른쪽으로 흐르고, 왼쪽으로 터주면 왼쪽으로 흐른다. 하지만 변신이 뛰어나다. 그래서 구름, 안개, 비, 눈, 이슬, 서리 등을 만들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만물의 근원’이라 할 만큼 생물 존재에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이와 반면에 홍수, 풍수해 등 재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듯 물은 엄청난 힘 또한 갖고 있다.

물이 뛰어난 변신 기능을 가진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유연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노자(老子)는 물의 이치를 ‘약지승강 유지승강(弱之勝强柔之勝剛)’에 비유했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을 이긴다’라는 뜻이다. 그렇다. 강하고 딱딱하면 부러지기 쉽다.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물처럼 약하고 부드러울 때 원만해지지 않겠는가.

물은 자연을 조화롭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원천이다. 또 물의 가르침은 겸손, 포용, 지혜를 제시해 준다. 그런 면에서 노자는 일찍이 인간수양의 근본을 물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물의 일곱 가지 덕목이라는 의미의 ‘수유칠덕(水有七德)’에서 보듯, 물은 겸손, 지혜, 적응의 원리를 심어 주고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낮은 곳을 채운 후 더 낮은 곳을 채우기 위해 흘러간다. 여기서 겸손의 덕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높은 곳만 바라보고 노력하고 있다. 지나친 출세주의, 물질지상주의에 몰입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일자리 측면과 연계해서 보자. 그동안 일자리 창출은 정부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취업도 장려했다. 해외취업 장려는 실업률 감소에 일조를 하기는 했으나, 임시방편인 경우 또한 없지 않았다. 사실 개개인에게 맞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무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눈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찾아 흐르듯, 낮은 곳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겸손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겸손은 미덕으로 복(福)을 주지만, 오만은 화(禍)를 부를 수도 있다.

이번엔 물의 흐름에서 장애물을 만나는 경우 대처방법을 보자. 물은 흐르는 과정에서 어떠한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부딪혀 멈추는 일이 없다. 다만 장애물을 피해 옆으로 돌아 흐를 뿐이다. 지혜(智慧)롭지 않은가. 이처럼 물은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공존공생을 실천하고 있다. 그렇다. 어려움이 있으면 부딪혀 멈추지 말고 돌아갈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물의 적응력과 융통성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은 용기의 크기와 모양에 상관없이 어디에도 담을 수 있다. 어떠한 불평도 없이 순응하며 따른다. 이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현실을 직시하고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어디에서나 주변 환경에 자신을 맞춰 소임을 다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환경을 불평만 한다고 해서 과연 해결이 되겠는가.

이렇듯 물의 원리와 교훈은 궁극적으로 상생의 문화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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