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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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원효대사 탄생 1400주년 등 맞아 기독교 불교계 등 올해 종교계에는 어느 해보다 개혁과 혁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개혁은 종교계 리더인 ‘성직자’의 변화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종교계를 뜨겁게 달군 소식들은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더 많았다. 본지는 7회에 걸쳐 2017년 화제에 오른 종교계 이슈 7가지를 재조명해본다.

50년 진통 끝에 종교인 과세 시행

 

2년 유예 법안 발의로 시끌

정부, 거센 반대에 정면 돌파

기재부-종교인 간담회‧설명회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수정

법안 공포 코앞… 막바지 진통

‘형평성 논란’ 딛고 내년 시행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올 한 해 종교계 이슈 중 전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사안을 꼽자면 ‘종교인 과세’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지난 2015년 12월,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약속하며 국회를 통과했지만 막상 시행을 1년 앞두고 상반기부터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개신교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20여명의 서명을 받았고, 즉각 파장을 일으켰다.

종교인 과세는 이미 2014년 말에 2016년 시행하기로 한 차례 유예를 했고, 2015년 말에는 종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혼란을 줄이겠다면서 2018년 1월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이처럼 이미 두 차례나 유예를 해줬는데 또 다시 2020년까지 늦추자고 하자 시민사회는 들끓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공평과세 원칙을 주장하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민들이 종교인 과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찬성 여론이 지배적이다. 지난 8월 리얼미터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국민 10명 중 8명은 내년 시행으로 예정된 종교인 과세에 대해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세를 반대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답변은 14.2%(반대 9%, 유예 5.2%)에 그쳤다.

종교인과세에 대한 여론은 수년째 비슷한 추이다. 2013년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실시한 기윤실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5.9%가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찬성했다. 반대는 12%에 그쳤다. 2014년 12월 모노리서치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75.3%가 ‘종교인에게도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과세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종교인들이 평소에 펼치는 봉사활동 등 자율성을 감안해 과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14.4%에 그쳤다. ‘잘 모름’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0.3%였다. 같은 해 7월 네티즌들이 네이트Q를 통해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에서는 더 극명한 결과가 나타났다. 찬성이 94%, 반대는 6%에 그쳤다. 2015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예장통합)의 총회 총대(총회대의원) 설문조사에서도 반대는 17.9%밖에 안 됐다. 이 가운데 실제 사회생활을 하는 장로들의 입장에서는 반대가 11.4%뿐이었다.

사실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종교계는 물론 한국교회 내에서도 입장이 갈리는 사안이다. 진보진영 목회자들은 이미 1987년 기윤실의 납세 주장 이후 하나 둘 스스로 납세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자발적인 납세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반면 보수진영 목회자들과 기독교인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종교인과세 수용 불가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일부 목회자들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더욱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8월 종교인 과세를 2년간 추가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6명)·자유한국당(15명)·국민의당(4명)·바른정당(1명) 등 여야 의원 26명이 동참했다. 김진표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과세 시행을 2년 유예해 과세당국과 종교계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철저한 사전준비를 마치고 충분히 홍보해야 한다”며 “처음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법이 연착륙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부 정치인들의 이 같은 종교인 과세 유예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제기에 대해 “청와대와 조율을 통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의총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낙연 총리도 지난 6월 “국민정서상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또한 인사청문회에서 “세정당국은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종교인 과세는 그간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를 거쳐 2015년 정기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유예 주장을 일축했다.

정부는 세무당국과 함께 종교인 설득작업에 나섰다. 각 종교계와 간담회 등 일정을 소화하며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고, 지난 10월부터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설명회 등을 진행했다.

반면 보수 개신교계는 보수진영 교단연합기구와 대형교단을 중심으로 성명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줄곧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주장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2년 유예 법안은 전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고, 결국 12월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종교계 중에서 종교인 과세 논란에서 자유로운 종단은 천주교다. 천주교는 국내 종교 중에서는 가장 먼저 종단 차원에서 소득세 납부를 결정했다. 종교인 소득세 납부 여부를 종교인들의 자율에 맡긴다는 1992년 정부의 방침이 나오고 2년 후인 1994년 3월 정기총회에서 “성직자의 소득세를 납부하기로 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이후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마찰 없이 납세의 의무를 다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교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 왔으나, 이달 21일 기재부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입법예고하자 돌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종교활동비’의 비과세를 유지하지만 지급명세서는 반드시 신고하도록 법안을 수정했고, 조계종은 지급명세서 신고 부분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종교인 과세가 내년 1월 1일 전격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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