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로 점철됐던 2017년이 저물어가고 새해 2018년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북한은 사거리 1000㎞의 스커드-ER부터 미국 동부 지역 타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으며 새해 1월 1일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군수공업대회와 세포위원장 대회 등을 개최하며 내부 재정비와 진로 변경에 고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현지시간) 북한 유류 공급을 대폭 줄이고 해외에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의 조기 귀국 등을 골자로 한 한 차원 높은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달 29일 북한 ICBM 화성-15 발사 후속 조치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함축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완화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내년 2~3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개최한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정부는 모든 대북 및 안보전략을 평창올림픽에 맞추고 있다. 지난 7월 북한에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의하고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의 참여를 여러 차례 요청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서두른 것도 사드문제로 빚어진 양국 갈등을 조기 수습해 평창올림픽 흥행을 노린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연습 연기 카드를 꺼냈다. 북한이 예민해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해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의도다. 하지만 자신들의 일정과 전략을 우선하는 북한의 태도와 우발적 군사충돌 위험 등 변수가 많아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카드는 북한 도발로 긴장된 한반도 정세 완화와 평창올림픽을 최고의 평화올림픽으로 치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승부수다. 북한이 정부의 의도에 호응해 추가도발을 멈추고 선수단을 평창올림픽에 파견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의도가 현실화되려면 먼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미국이 연합 군사훈련 연기에 동의해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둘 다 쉽지 않은 과제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에도 북한은 ‘국가핵무력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에만 17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6차 핵실험도 단행했다. 지난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발사 직후 두 달 동안 도발을 감행하지 않아 북한이 도발을 잠정 중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북한은 지난달 29일 ICBM 화성-15를 보란 듯이 쏘아 올리면서 도발의 절정을 이루었다. 결국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잠시나마 멈추게 하는 것은 북한 국내 사정과 기술적 요소일 뿐, 국제사회의 제재나 대화 제의 등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또는 취소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북한 입장에서 훈련 연기 카드는 북한의 요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이 정부의 제의에 순순히 동의하는지 여부도 변수다. 한미연합사는 20일 “동맹국으로서 연합훈련에 관한 동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결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혀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국이 한미 관계 불협화음을 우려해 마지못해 동의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해 최고 수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들은 항시적인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군사분계선(MDL)상에서의 남북간 우발적 군사충돌 위험도 정부의 전략을 방해하는 변수다. 군 당국에 따르면 올해 MDL을 넘어 귀순한 북한 군인은 4명이다. 지난 6월 2명이 귀순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1명, 지난 21일 경기도 연천 중서부전선에서 1명이 귀순했다. JSA 귀순 과정에서는 북한군이 귀순자 추격과정에서 남쪽을 향해 총격을 가해 JSA 일대에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됐다. 연천 귀순 사건에서는 귀순자를 수색하던 북한군에게 우리 군이 K-3 기관총 20발로 경고사격을 가하자 북한지역에서 경고사격으로 추정되는 총성이 들렸다. DMZ를 통한 북한군의 귀순은 언제든 예고된 사건이다. 아마도 평창올림픽을 ‘구경’한다는 명분으로 사선을 넘고자 계획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도 상당수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결국 평창은 남북관계 개선의 지름길인 동시에 충돌과 대결의 새로운 장이 될 수도 있는 ‘2중적 축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준비를 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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