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무려 29명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황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번 화재는 13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판박이였다. 당시 필로티 주차장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이 가연성 외장재를 타고 전층으로 옮겨 붙었다. 이번 화재도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8층 건물을 집어 삼켰다. 

생사를 가른 건 비상구였다. 3층 목욕탕에 있던 남성들은 이발사의 지시에 따라 비상구를 통해 바로 밖으로 나와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2층 목욕탕에 있던 여성들은 비상구를 아는 사람이 없어 변을 당했다. 비상구에는 목욕바구니들이 즐비하게 쌓여져 있었고, 비상구 표시등마저 없었다. 그쪽에 비상구가 있다고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또 건물 주변엔 차량들이 즐비해 소방차가 제대로 진입할 수도 없었다. 소방관들의 초기대응은 아직 논란거리다. 빨리 유리창만 깼어도 살아나왔을 거란 주장과 산소가 내부로 유입되면 불길이 급속히 번져서 그럴 수 없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었다. 

아무튼 비상구만 막지 않았어도, 비상구 표시등만 제대로 달았어도 살아나올 수 있었던 사람들이 그렇게 속절없이 떠난 것이다. 

소방관들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는 이후에 밝혀질 내용이지만,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정부는 일정 높이 이상 건물의 외장재가 화재에 안전한지, 비상구, 소방도로 확보가 돼 있는지 점검을 강화하고 사회전반에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엉터리 스프링클러가 한두 번 문제가 된 것이 아닌데도 여전히 조치나 감사가 되지 않고 있다. 

이번 화재 시 소방 사다리차와 굴절차가 골목길 불법 주차 때문에 지체된 사이 민간 사다리차가 건물에 접근해 3명을 구조했다. 뒤늦게 소방서 사다리차가 구조해낸 것은 한 명뿐이었다. 우리 주택 환경에 맞는 소형 소방차와 사다리를 구비하는 부분도 타진해봐야 한다. 생명을 구할 수 없는 장비, 현장만 탓하는 장비는 쓸모없다. 

필로티 건물에 대한 화재 예방 시스템도 내놔야 한다. 비상구도 수시로 점검해 막혀 있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대책도 필요하다. 화재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내놓을 뿐 아니라, 관련 교육도 적극 시행해 한 번의 화재로 전부를 잃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깊이 자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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