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경영학 박사

 

남녀노소가 창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취업난이 겹친 젊은이들도 창업에 관심이 높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는 명함에 회사이름 하나 더 올린 교수, 대학생이면서도 사장인 젊은이, 자신의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업을 하는 직장인도 눈에 띈다. 유학을 마치거나 멀쩡하게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창업을 하는 용감한 30대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50~60대 은퇴자도 가세하고 있다. 창업이 새로운 유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창업을 해서 성공한다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하는 보람과 높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이상 좋은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실패하는 경우 만만치 않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감수해야 한다. 창업은 다산다사(多産多死)라고 한다. 많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이 실패한다. 통계적으로 100명이 창업을 하면 그중 1년도 못 버티는 사람이 38명이고 5년 후에는 73명이 사업을 접는다. 이처럼 스타트업의 1년 생존율은 62.4%, 5년 생존율은 27%에 불과하다. 그러니 창업의 동기가 분명하고 절실해야 한다. 여윳돈의 단순한 투자나 ‘한번쯤 해볼 만한 일’을 찾고자 창업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바로 ‘준비된 창업’이 중요한 이유다. 준비된 창업이란 무엇일까? 기술이나 아이디어, 자금, 시장, 인력 등의 요소를 확보하면 창업의 준비가 완벽한 것일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창업자가 기업가적 기질을 가졌는가, 기업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의 여부다. 즉,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흔히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업화시키거나 취업의 대안을 찾고자, 아니면 사회적 경험이나 자금의 활용차원에서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창업자는 도전정신과 모험심, 끈기와 결단력의 기질과 더불어 경영자원을 확보·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성공한 기업가들을 살펴보면 후천적 노력에 못지않게 타고난 ‘끼’나 남다른 사업적 ‘촉(觸)’이 있는데, 이는 조직 내에서 성장하며 기업을 잘 관리·운영하는 경영자와는 사뭇 다르다. 교수, 연구원, 학생, 주부,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고 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성공확률은 천차만별이다. 기술을 가진 사람, 즉 교수나 연구원이 유리하다고 보고 교수·연구원창업을 유도하는가 하면, 젊은이의 패기와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보고 청년창업을 대대적으로 촉진하기도 한다. 또한 실버창업, 여성·주부창업, 장애인창업 등 여러 분야에서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자금을 공급하며 교육, 마케팅,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창업지원의 성과는 지원규모나 창업건수와 같은 자원의 투입과 같은 과정보다 일자리나 매출 등의 최종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이 같은 성공적 결과를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을 살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최적의 창업가를 발굴·양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에 맞는 창업생태계의 구축이다. 창업생태계란 기업가적 기질과 역량을 가진 사람이 창업하고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뒷받침이 되는 일련의 인프라와 시스템이다. 한국의 창업생태계는 규제를 제외하면 대체로 잘되어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창업교육과 창업에 대한 인식이 창업인재를 키워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아무나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최적의 창업자에 의한 창업이 중요하다. 

벤처기업실태조사(2016)에 따르면 창업주의 출신은 84.7%가 기업체, 교수 2.2%, 학생 0.8%, 연구소 4.9%, 공공기관 1.6% 등으로 나타났다. 30~40대의 기업체 경력자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술창업이 중요하다고 해서 기술을 보유한 교수·연구원의 창업을 권하고 있는데 ‘97년 이후 14년간 1706명(교수 79.7%)이 창업, 87.3%가 성공했다. 하지만 32.5%가 폐업·매각 후 복귀했다. 기술개발은 잘 하지만 사업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청년 특히 대학생도 창업대상이기는 하지만 사회경험과 기업가적 역량이 부족하다. 학습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슘페터는 새로운 경제발전에서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업가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기업을 키우는 전문가다. 창업에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창업의 실패도 소중한 가치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성공이 관건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최적의 기업가가 기술공급-창업·사업화-성장·글로벌진출에 큰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성공적인 창업을 이끌어낼 기업가 육성과 제반 환경의 마련이 창업국가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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