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하정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4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하정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4

 

 

인간의 법망은 피해도 하늘의 법망 피할 수 없어

촬영하면서 와 닿은 ‘용서’ 의절했던 후배 다시 만나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올겨울 영화광들은 즐겁다. 영화관 팝콘이 ‘뻥뻥’ 터지듯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1987(감독 장준환)’ 등 대작이 일주일 간격을 두고 한꺼번에 개봉하기 때문이다. 대작 중 두 작품에 동시에 출연해 맞붙는 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하정우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하정우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은 화재사고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자홍(차태현 분)’이 사후 49일 동안 7개의 재판을 거치는 과정을 담은 판타지 드라마다. 영화 ‘아가씨’ 이후 약 1년 만이지만 호탕한 웃음은 그대로였다.

“‘미스터고’ 개봉했을 때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했어요. 그때 엄청났잖아요. ‘미스터고’의 고릴라 매니지먼트 차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으나 쑥스러워졌죠. 김용화 감독님하고 워낙 친하게 지내니까 위로라도 해드려야겠다 싶어서 술 한잔 마셨죠.”

하정우의 ‘신과함께’ 출연은 이 때 정해졌다. 김 감독과 하정우는 술잔을 기울이며 다음 작품을 약속했다. 그리고 1년 후 ‘신과함께’ 시나리오 받은 하정우는 “김용화 감독식으로 풀어낼 수 있겠구나. 이 사람이 잘 하는 장기다”라고 생각했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하정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4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하정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4

 

그가 맡은 인물은 망자의 환생을 위해 7개의 재판을 책임지고 변호하는 저승삼 차사의 리더 ‘강림’이다. 강림은 뛰어난 언변과 위기 대처능력으로 지금껏 47명의 망자를 환생시켰다. 19년만에 등장한 정의로운 망자 자홍의 재판은 수월히 통과하겠다는 기대도 잠시, 하나둘씩 드러나는 자홍의 과거가 그에게 예상치 못한 난관이 된다.

하정우는 “강림은 자홍과 ‘수홍(김동욱 분)’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들이 재판을 받는 여정으로 관객을 인도하는 역이다. 멋진 연기를 펼치기보다는 가이드로서 묵직하게 버팀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연기의 톤을 절제하고 묵직하게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강림의 이야기는 2부에서 자세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7개 지옥의 재판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망자는 구원받지 못하고 형별을 받는다. 영화를 보면 관객은 자신이 7개 지옥의 재판을 통과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하정우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나태지옥은 통과하지 않을까

“인간의 법망은 피해도 하늘의 법망을 피할 수 없다고 하죠.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제가 한 말로 누군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영화에서 댓글을 함부로 달면 안 된다는 대사도 있죠. 그런 작은 것들이 쌓여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죠. 연예계를 떠나 한 사람을 마녀사냥 하는 건 정말 나쁜 일인 것 같아요.”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하정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4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하정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4

 

기자의 질문에 하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답했다. 이후 본인 특유의 재치 있는 모습으로 돌아온 하정우는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은 지 12년 정도 됐는데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나태 지옥쯤은 통과시켜주지 않을까”라며 “제 삶 자체가 요란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바쁘고, 부지런하게 산다. 잘하면 통과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기독교인이라서 기독교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환생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제일 와 닿았던 건 ‘용서’라는 단어인 것 같아요. 염라대왕이 이승에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저승에서 심판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일리 있는 말이죠. 자존심이나 얕은 감정 때문에 사람들과 안 좋게 지낸 부분이 없지 않나 되새겨보니 발견되더라고요.”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하정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4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하정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4

 

실제로 그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친한 친구와 후배에게 전화했다. 하정우는 “친한 후배와 3년 동안 의절했다. ‘신과함께’ 찍으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됐다.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했다. 만나서 술을 먹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후배도 살면서 늘 마음 한구석에 생각하고 있었다”며 “술기운을 빌려 만났으나 그 순간 묵혔던 감정이 눈 녹듯 녹았다. 어떤 말이 필요 없고 반갑더라. 한참 잘 지내고 있다. 친구도 그랬다. 늘 보지만 섭섭했던 점 등을 하나씩 풀어놓다 보니까 쉽게 풀리더라”고 회상했다.

“모든 일은 인간관계에서 벌어지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서로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게 세상 아니겠어요. 용서가 거창한 게 아닌데 쉽지 않죠. 먼저 마음을 열어 준다면 모두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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