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오전 충북 제천서울병원에서 할머니 김현중씨, 딸 민윤정씨 손녀 김지성양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오전 충북 제천서울병원에서 할머니 김현중씨, 딸 민윤정씨 손녀 김지성양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합동분향소에 조문객 발길 이어져
초기대응 둘러싼 진실공방 양상
경찰, 건물주 법 위반 혐의 확인

[천지일보=명승일, 이현복 기자] 소방당국의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청북도 제천 스포츠센터 희생자의 영결식이 24일 진행됐다.

지난 23일 희생자 중 처음으로 장경자(64)씨의 발인식이 열린 데 이어 이날 김현중(80)씨 등 일가족 3대와 대학 새내기가 될 예정이었던 김다애(18)양 등 총 19명의 영결식이 제천과 충주, 광주 등지에서 잇따라 열렸다. 25일에는 최순정(49)씨 등 5명, 26일에는 3명의 영결식이 예정돼 있다. 나머지 1명의 장례 절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희생자 대부분은 제천 시립화장장인 영원한쉼터에 안장될 계획이다. 제천 화재사고로 숨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합동분향소는 전날부터 제천체육관에 마련됐다. 이곳에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화재 참사를 놓고 유족과 소방당국 간 진실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 30명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23일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서 제천소방서 관계자를 만나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무능해 화를 키웠다”며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2층보다 높은 난간에서 1명을 구조했다”면서 “마음만 먹었다면 2층 여성 사우나 유리창을 깰 수 있었을 것이고, 훨씬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일 충북도소방본부장은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등과 제천시청에서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초기 현장에 어려움이 있었다. 일부러 유리창을 늦게 깬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차장에 있는 15대의 차량으로 옮겨 붙은 불로 불길이 거셌다”며 “인근 LPG 탱크 폭발 방지를 위해 그쪽 화재를 먼저 진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또 불법주차 차량을 소방대원이 옮겼다는 발표도 거짓이며, 유족 한 명이 직접 이동시켰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진 가운데 이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23일 마련됐다. 조문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3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진 가운데 이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23일 마련됐다. 조문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3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23일 3시간가량 건물주 이모(53)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불이 난 건물을 불법으로 용도 변경했는지,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은 것 등과 관련해 위법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런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혐의가 확인된 만큼, 경찰은 이씨를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할 계획이다.

이씨에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혐의는 크게 3가지다.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함께 소방시설 설치와 안전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 2층 여성 사우나 통로를 철제 선반으로 막아놓은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 8~9층을 증축한 건축법 위반 혐의다. 경찰은 또 시설 관리자와 목격자, 탈출자, 유족 등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화재 원인과 관련해 “1층 천장에서 발화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23일 제천체육관에서 유가족 대표를 만나 이같이 밝힌 뒤, “전날 8개 기관 합동감식에서 발화원 주변, 계단부, 환기부 등을 조사해 화염 경로를 규명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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