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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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모범규준 마련
“진단서 문제없으면 지급”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내년부터는 보험회사가 ‘전문의 소견’을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부당하게 거절하지 못한다. 이를 어기면 행정 처분을 받는다.

금융감독원과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이 같은 ‘의료분쟁 매뉴얼’ 초안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고, 이 매뉴얼은 내년 1분기에 확정될 예정이다.

매뉴얼의 핵심은 의료자문 남발 금지다. 보험사가 자문의로 위촉한 의사가 보험금 지급 청구에 대한 소견서를 써 주는 게 의료자문이다. 보험사는 자문 결과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지연하고 있다. 직접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를 서류만 본 의사의 자문서로 뒤집는 것이다.

의료자문의 60∼70%는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생보사들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의료자문 1만 4638건으로 보험금 지급 9902건을 거절했다. 특히 자문료는 건당 30만∼100만원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155억원을 자문료로 썼다. 곧 이 비용으로 수천만∼수억원의 보험금 지급 수만건을 거절한 셈이다.

2014년 5만 4399건(생보사 1만 2624건, 손보사 4만 1775건)이던 의료자문은 지난해 8만3580건(생보사 2만 9797건, 손보사 5만 3783건)으로 53.6% 늘었다.

앞으로는 보험사가 진단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의료자문을 할 경우 그 이유를 계약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자문 내용과 자문 병원도 알려야 한다. 의료자문 결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시점부터 지연 이자를 법정 금리로 계산해 계약자에 추가로 더해서 지급해야 한다.

보험사는 앞으로 자문 의사가 속한 병원명과 전공과목, 자문 횟수를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문이 잦은 보험사와 병원은 소비자들로부터 ‘블랙리스트’가 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진단서 등 계약자의 의학적 증거가 위·변조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무조건 주는 것을 의료분쟁의 ‘조정원칙’으로 삼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단서만 토대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따지는 게 원칙이고, 의료자문은 4∼5년 새 급증한 것을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보험사기와 마찬가지로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도 법 위반이다.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은 과태료 등 행정 처분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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