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제천=박완희 기자]  22일 충북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2
22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유가족이 사고현장에서 오열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2

[천지일보 제천=김정필 기자] “운동하고 3층 사우나에서 씻고 나왔는데, 친구가 불 났다고 전화를 했다. 장난인 줄 알고 천천히 나왔다.”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현장에서 생존한 강건묵(28, 제천시 청정동)씨는 22일 사고 순간을 기억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천시 숭문로 제천서울병원에서 치료 중인 그가 전날 화재 사실을 인지한 때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고 난 이후였다. 그는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소방차 사이렌 소리도 울리지 않아 장난으로 생각했다.

대수롭지 않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1층에 도착했을 때는 암흑천지였다. 그는 “죽는구나 생각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아 다시 위로 올라가려고 계단을 찾으려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는데 멈춰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제천=박완희 기자] 22일 충북 제천서울병원에 마련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장례식장의 입구 모습.ⓒ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2
[천지일보 제천=박완희 기자] 22일 충북 제천서울병원에 마련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장례식장의 입구 모습.ⓒ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2

다행히 한 남성이 소리쳐 탈출할 곳을 알려주고, 문을 열어줘서 건물에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유독가스를 너무 마신 탓에 정신을 잃었다가 깨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자꾸 그때 상황이 생각나서 잠이 오지 않는다”라며 “정말 너무 무서웠다.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번 화재 사고로 아내를 잃은 윤모씨도 화재 당시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그는 전날 오후 4시 1분경에 건물 사우나에 갇힌 아내로부터 “빨리 와달라”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두 번째 통화에선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에 윤씨는 “그럼 유리창을 깨라고 했다. 우리는 일반 목욕탕 창문이 그냥 깨지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목욕탕 유리가 안 깨진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제천=박완희 기자] 22일 충북 제천서울병원에 마련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장례식장의 입구 모습.ⓒ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2
[천지일보 제천=박완희 기자] 22일 충북 제천서울병원에 마련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장례식장의 입구 모습.ⓒ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2

윤씨는 아내에게 “수건을 물에 젹셔서 입에 대고 있으라”는 지시와 함께 오후 4시 7분경 119에 전화했다. 신고를 한 뒤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한 윤씨는 “119에 방금 전화했으니까 곧 유리창을 깰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또 다시 전화를 했을 때 아내는 “연기 때문에 죽겠다”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윤씨에 따르면 구조대가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유리창을 곧바로 깨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그는 “소방대원 6~7명 정도가 왔는데, 그 사람들이 사다리 하나 갖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그랬다. 그 사이에 불이 또 확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이어 “그때가 5시 30~40분쯤 된다. 아마 4시 7분에 처음 전화했을 때 유리창을 다 깨줬으면 다 살았을 것이다. 이게 인재지 어떻게 사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2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장례식장 앞에 화환이 놓여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2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장례식장 앞에 화환이 놓여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2

윤씨의 성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밑에 불을 잡았다.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또 내려오는 것이었다. 이유는 이 사람들은 정예요원이 아니라 팀장급 사람들이 다시 올라가는 거였다. 그런데 물이 얼어서 작동을 안한다고 했던 호스를 쏘다가 터졌다. 이렇게 4시 7분부터 5시 30분까지 진입을 안했다”고 했다.

윤씨는 “이렇게 큰 사건이 났으면 제천시 측에서 건축도면이 있을 것 아니냐. 왜 진입을 못하냐. 건물 관리자가 누구냐는 것이냐 (라는 말을 했다). 제천에서 너무 큰 사건이 벌어지니까 대처를 못하던데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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