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끝나고 곧바로 12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이번에도 손에 잡히는 성과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회 회기 중인데도 외국 방문에 나선 의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말이라서 그런지 지역구에 내려간 국회의원들도 적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행보의 성격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특히 야당의 경우 당내 사정이 복잡하다보니 국회 일정보다 당 일정에 맘이 더 쏠려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12월 임시국회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이유인지 21일 열린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생각보다 긴장감이 없어 보였다. 청문위원들이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은 이번에도 별로 들지 않았다. 위장전입 의혹 등의 익숙한 질문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유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사위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랫동안 공전을 거듭 하다가 임시국회 막바지에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이 비쟁점 법안들을 모아 처리한다는 소식이다. 12월 임시국회가 빈손으로 끝났다는 비판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12월 임시국회는 지난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심의로 미처 풀지 못한 쟁점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했다. 그때도 국회 문만 열어 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지만 여야가 한 목소리로 쟁점법안 처리를 강조하면서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게다가 국정원법을 비롯해 각종 개혁입법이 연내 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개헌 문제도 뭔가 큰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당리당략을 떠나 문재인 정부 첫 해에 어떤 성과를 만들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야당이라고 해서 의회정치를 주도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의 여소야대 정국은 오히려 야당의 주도성이 더 돋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무능한 리더십으로 국회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은 이미 협치에서 마음이 떠난 듯하다. 반대의 목소리가 더 강하다보니 대화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성태 새 원내대표 체제에 다소 기대감을 가졌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거대정당 사이에서 정치를 복원시키고 다당체제의 묘미를 보여 주길 기대했던 국민의당은 내홍으로 인해 그 역량을 훼손시키고 말았다. 12월 임시국회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해를 넘기고 나면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하며 다시 정쟁에 돌입할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전열을 정비하는 시점과 맞물려 정치권의 험한 공방전은 더 가열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란 게 무엇이며, 국민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뭔가 달라질 것 같았던 정치권, 역시 그 첫해도 또 이렇게 지나가는 것이 아쉽고도 안타깝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