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 스틸. (제공: 한국영상자료원)ⓒ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1
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 스틸. (제공: 한국영상자료원)ⓒ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1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검은 마성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간 김기영 감독은 표현주의적이고 기괴하며 그로테스크한 세계관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거나 영화 속 특유의 문어체 대사를 통해 당시 시대상에 대한 코멘트를 빼놓지 않았다. 특유의 미장센을 통해 구축된 알레고리와 상징은 해석하기 쉽지 않은 것이지만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여성과 남성, 욕망과 본능의 문제를 통해 그 시대를 재현하려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영상자료원 ‘하녀의 계단을 오르다’전 개최

생전 인터뷰부터 친필메모까지… 다양한 콘텐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영상자료원(자료원, 원장 류재림)은 오는 26일부터 내년 5월 19일까지 신규 기획전 ‘하녀의 계단을 오르다: 시네아스트 김기영 20주기 기념전’을 서울 마포구 자료원 내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개최한다.

한국영화사상 가장 독창적인 감독으로 알려진 김기영은 1998년 2월 5일 타계하기까지 ‘하녀(1960)’ ‘화녀(1971)’ 등 32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하녀’는 영화 속 그로테스크한 미학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며, 이에 지난 2007년 영화배우 마틴 스콜세지가 운영하는 세계영화재단의 지원을 통해 고해상도의 디지털 상영본으로 복원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임상수 감독의 손을 통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 스틸. (제공: 한국영상자료원)ⓒ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1
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 스틸. (제공: 한국영상자료원)ⓒ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1

이번 전시는 영화 속 공간 재현, 감독 생전 인터뷰 영상, 육필 콘티 및 메모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소개하고, 그의 영화적 감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자료원은 “전설의 컬트영화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특별한 방식으로 기록했던 리얼리스트로서의 김기영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영화인 김기영에 대한 또다른 관점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는 ▲역사 ▲재현 ▲아카이브 등 세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김기영 영화의 역사적 정보를 전달하는 첫 번째 섹션에서는 감독의 필모그래피와 바이오그래피를 소개한다. ‘하녀’ 등 주요작에 대한 평론가 및 유명 감독들의 음성해설을 직접 청취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두번째 키워드 재현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공이 반영된 섹션이다. ‘화녀’ ‘충녀(1972)’에 등장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배경으로 김기영 영화의 다섯 가지 테마가 영상으로 전시된다. 또한 계단, 피아노방, 하녀의 방으로 구성된 ‘하녀’의 2층 공간을 재현해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영화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어트랙션을 선보인다.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김기영 감독의 생전 인터뷰 영상 ‘김기영이 김기영을 말하다’와, 영화화되지 못한 시나리오, 유품인 육필 콘티와 메모, ‘하녀’ 시리즈의 레플리카 시나리오 등 다양한 오브제가 전시된다. 아울러 김기영의 개인적인 사진들이 최초로 공개돼 영화인 김기영이 아닌 그의 개인적인 모습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전시 첫 날인 26일 오후 5시에는 김기영 감독의 가족 및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하는 전시 해설 행사가 진행된다. 희망하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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