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에 설치된 제설 도구함에 쓰레기가 담겨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에 설치된 제설 도구함에 쓰레기가 담겨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0

제설함에 대한 ‘주인의식’도 필요해

서울시, 제설도구함 자치구당 10곳 설치

市 “제설문화 정착 위한 홍보활동 계획”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무료 제설 도구함 설치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꾸준한 관리와 주인의식 부족으로 쓰레기가 담기거나 제설도구가 도난되는 등 제설함이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

기자는 지난 19일 서울역, 숙대입구역 등 용산구 일대에 위치한 10여곳의 제설함을 무작위로 찾아다니며 살펴봤다.

그 결과 10곳 중 7곳이 염화칼슘이 없거나 제설도구가 없고 쓰레기가 담긴 채 방치된 곳도 있었다. 또한 염화칼슘이 담긴 제설함은 마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만, 제설도구함은 이날 남영역과 만리시장 인근 총 2곳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시는 총 5500만원을 투입해 ‘주민 자율 참여를 위한 무료 제설 도구함 설치·운영’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자치구 당 10곳에 배치할 수 있도록 제설 도구를 구매해 지원했다.

제설 도구함은 총 333개소에 빗자루, 넉가래, 눈삽 등 각 3개씩으로 구성됐다. 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버스정류장, 지하철 주변 역사 주변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 설치된 제설함에 가위와 제설삽만 남아있다. 제설함은 염화캄슘, 바가지, 장갑 등 제설용 도구로 구성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 설치된 제설함에 가위와 제설삽만 남아있다. 제설함은 염화캄슘, 바가지, 장갑 등 제설용 도구로 구성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0

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제설 도구함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제설 도구함을 처음 봤다는 윤현지(22, 여, 서울시 용산구)씨는 “제설 도구함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홍보가 전혀 안 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버스 탔을 때 나오는 광고 영상 등을 활용해 제설 도구함 홍보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주인의식도 생기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기 마음대로 제설 도구를 가져가거나 제설함 안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사실 눈이 와도 필요하거나 늘 치우던 사람들만 제설 도구를 사용한다”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위치한 주택가 등지에도 추가로 배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청이나 구청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있고 가까이 위치한 주민센터에서 제설 도구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에 설치된 제설 도구함에 넉가래 1개, 빗자루 1개, 제설삽 2개만 남아 있다. 제설 도구함은 빗자루, 넉가래, 눈삽 등 각각 3개씩으로 구성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에 설치된 제설 도구함에 넉가래 1개, 빗자루 1개, 제설삽 2개만 남아 있다. 제설 도구함은 빗자루, 넉가래, 눈삽 등 각각 3개씩으로 구성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0

이하민(26, 여, 서울시 성동구)씨는 “제설 도구가 없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민센터에서 서명을 한 다음에 가져가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다”며 “미리 폭설 예보를 확인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나눠준다면, 나중에 회수할 때 지금처럼 놓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토목과 관계자는 “이면도로 제설함은 주민센터에서 관리하고 간선도로 제설함은 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면서 “지금 같이 눈 예보가 계속되는 겨울철에 눈이 올 때마다 필요하신 분들 쓰라고 무료 제설도구함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시로 제설함을 관리·점검하지만 어제 내린 폭설로 제설함이 많이 비어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점검을 통해 수시로 제설삽, 넉가래 등을 채워두지만 제설 도구가 한 두 개씩 사라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제설 도구를 다음에 또 쓰려고 집에 놔두시는 분들에게는 구청에서도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최연우 서울시 도로관리과 팀장은 “1㎜라도 강설이 예측되면 우리는 항상 4시간 전에 보강 근무를 통해 관리가 미흡한 제설함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시는 “보도자료 내기, ‘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 치우기’ 홍보장을 통한 주변 제설도구함 위치파악 및 요령 숙지, 자원봉사활동 캠페인 실시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하철 광고 방송이 나오는 모니터에서는 현재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제설함을 많이 늘리는 게 좋긴 한데 대게 보면 (제설함이) 사용하지 않은 채로 차 있다”면서 “아직까지 시민 스스로 제설하는 문화가 정착이 안 돼 있다. 여태껏 제설함을 늘리는 데 주력했으니 이제부턴 시민 스스로가 나와서 눈을 치울 수 있도록 홍보를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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