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천지일보(뉴스천지)
검찰. ⓒ천지일보(뉴스천지)

‘인원 늘리기·점수 바꿔치기’ 사례 적발
강원랜드 前사장 등 15명 기소 처분
석탄공사 前사장 등 15명 불구속기소
염동열·권성동 의원 향한 검찰 칼끝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공공기관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지원자의 합격을 위해 갖가지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 고위 간부들을 비롯해 청탁을 넣은 국회의원 보좌관 등 30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올해 7월부터 전국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채용비리를 수사하고 결과를 정리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현황’을 20일 공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청탁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예정됐던 선발 인원을 늘리는 경우 ▲미리 합격자를 정해놓고 채용 전형을 진행하는 경우 ▲여성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킨 경우 등 공공기관에서의 채용비리 사례가 적발됐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당초 예정했던 선발 인원을 늘리는 경우였다.

2015년 9월 진행된 금융감독원의 신입 직원 채용에서는 청탁자를 의심받지 않고 필기전형에 합격시키기 위해 선발 인원이 늘어났다. 경제학, 경영학, 법학 등 3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 채용 과정에서, 경제학에 지원한 청탁자를 위해 각 분야별 1명씩 총 3명을 늘린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2013년 1월 진행된 강원랜드 교육생 2차 채용에서도 나타났다. 강원랜드는 당초 176명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사 노조위원장이 청탁한 1명과 국회의원실이 청탁한 21명을 합격시키기 위해 198명으로 선발 인원을 늘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서부발전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미리 합격자를 정해놓고 채용 전형을 진행한 사례가 발견됐다. 내정된 지원자는 임원추천위원회 면접 과정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됐고 이에 가장 높은 면접점수를 받은 지원자의 점수와 맞바꿔 결국 내정된 지원자를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는 청탁자가 보유한 자격증을 필수 지원조건으로 하는 ‘맞춤형 전형’을 실시하기 위해 2013년 12월 예정에 없던 ‘강원랜드 수질·환경분야 전문가’ 채용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다.

여성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켜 여성 합격 인원을 줄이는 사례도 나타났다. 2014년 7월 대한석탄공사는 청년인턴 채용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에게 서류전형 점수를 높게 부여했다. 이로 인해 여성지원자 142명 중 139명이 탈락됐다. 또 서류전형에서 합격한 여성지원자 3명도 면접점수를 낮게 평가해 탈락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검찰 수사 결과 공공기관 고위간부, 고위간부의 지인, 유력 정치인 등으로부터 채용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사례들이 밝혀졌다. 이에 검찰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 고위 간부들과 청탁을 넣은 국회의원 보좌관 등 30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 15명은 구속기소 됐고 15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 가운데는 최흥집(67) 전 강원랜드 사장과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의 보좌관 박모(46)씨도 포함됐다. 또 대한석탄공사 권혁수(68) 전 사장과 백창현(61) 현 사장(사건 당시 기획본부장)도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4월 박씨에게 강원랜드 2차 교육생 채용과 관련해 21명을 뽑아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인사팀장 등에게 추가 합격을 지시(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했다.

이 과정에서 인사팀장이 추가 합격을 거절하자 박씨는 ‘두고 봅시다’라고 협박하는 등 채용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사장은 국회의원실 직원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고 이를 반대하는 직원에게 채용을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대한석탄공사 권 전 사장과 백 사장은 지난 2014년 청년인턴 채용에서 여성지원자에게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점수를 고의로 낮게 부여했고 이를 통해 여성지원자 142명 전원을 탈락시킨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권 전 사장의 경우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하고 자신의 조카와 지인의 사위를 합격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대형 금융기관 회장으로부터 청탁받은 지원자의 면접점수를 조작하고 합격시킨 혐의로 금융감독원 전 총무국장 A씨를 비롯해 한국서부발전 사장 채용에서 지원자의 면접점수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산업부 창조행정담당관실 전 서기관 B씨를 구속기소했다.

또한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한국가스안전공사 채용비리에 연루된 이 회사 고위 간부 등도 기소됐다.

한편 검찰의 재수사로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 과정에서의 부정 청탁과 금품 청탁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검찰의 칼끝이 부정 청탁 관련 의혹을 받았던 자유한국당 염동열·권성동 의원에게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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