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이 혼란과 혼돈으로 아우성치고 있다. 물론 어제와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인류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극에 달해 아예 희망이 없어 보인다. 송구영신이란 말처럼 부패하고 낡아지고 쇠하여진 한 시대는 보내야 하고 새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순리요, 그것이 섭리를 쫓는 피조물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이 지경이 된 데는 먼저 다른 데를 볼 것이 아니라 나와 우리를 보자. 분리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틀리기 때문이 아니라 나와 다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증오하고 원수가 돼야 하는 현실이다. 그것은 어쩌면 무엇이 맞고 틀린지조차 모르는 무지의 결과로 나타나는 해괴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현상의 한 중심에는 바로 정치와 사회와 문화가 있으며, 나아가 언론이 있다. 먼저는 오늘날 이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 놓기까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이념이며 이념의 차이다. 이념의 큰 축이 있다면 바로 보수와 진보(개혁)라 하겠으며, 오늘날 이 사회와 나라를 끌고 가는 쌍두마차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이 두 개의 바퀴는 오늘날까지 이 나라를 지탱해 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긍정과 부정의 측면이 혼재해 있지만 말이다.

보수란 현재의 정권과 그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 나아가 권력을 유지하고 계승하고자 하는 제반 세력을 지칭하고 있으며, 진보란 기득권이 된 보수의 틀에 갇혀 있지 말고 보다 더 나은 제도와 방향을 제시함으로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꾀하자는 측면에서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공존하기도 하면서 국가의 중심을 유지하고 기틀을 잡아 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이념은 국가적 차원에서 없어선 안 될 아주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오늘날 이 사회와 국가 나아가 인류의 문명과 문화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 간 ‘도전과 응전’의 관계성에서 비롯됐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 둘은 반드시 필요하며 나아가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만을 놓고 볼 때는 우려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모두에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의 본질을 왜곡시켜 분리주의와 이기주의로 극한 대립문화를 형성하고 나아가 고착화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부정적 측면이 더 강하다는 점이다. 그렇게 변질된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먼저 남쪽은 자유주의, 북쪽은 공산주의로 갈라져 있다. 본질을 벗어난 보수와 진보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적 입지를 형성하고 확보하고 유지해 나가는 데 있어 각기 보수와 진보라는 옷을 입고, 남한의 자유주의와 북한의 공산주의라는 두 가지 사상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자신들의 정치적 영역을 확보해 왔던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본질 대신 오로지 사상이 기준이 돼 왔고, 이는 나라 발전을 위한 상존이 아니라 무조건적 반대와 저주, 증오, 죽이는 일에 몰두해 왔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지난 역사의 자화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은 이제 그만 탈선에서 돌아와 제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사회와 국가 나아가 구석구석 지키려는 자와 빼앗고자 하는 자의 노력과 투쟁의 영속성이 곧 미래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와 진보라는 두 영역이 존재해선 안 될 곳이 있다. 바로 언론이다. 언론을 다른 말로 ‘저널리즘’이라 한다. 이는 어떤 일에 대해 취재하고 그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는 영역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독자 내지 시청자라는 알 권리를 가진 대상이 존재하며 그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어떤 일에 대해 취재한다는 의미는 ‘사실(fact)’을 취재한다는 저널리즘의 본질이 이미 그 어원 속에 담겨 있으며, 그 사실을 독자에게 알리는 행위며 기능이며 사명인 것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그렇다.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행위인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왜 보수와 진보라는 카테고리가 필요한 건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어떤 사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색안경은 그 색깔로 보겠다는 전제를 둠으로 이미 그 사안은 사실을 떠나 왜곡되고 퇴색돼 버린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편향된 가치관은 오직 군더더기 없는 사실만을 알아야 할 독자마저 이미 변질시켜 놨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보수의 가치를 지닌 자는 보수의 논조를 찾게 되고, 진보의 가치를 지닌 자는 진보성향의 논조를 찾게 되는 모순에 도달함으로써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수와 진보의 본질을 떠난 대립과 반대와 증오로 얼룩진 사회로 인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모든 영역에서는 반드시 보수와 진보의 투쟁이 있어야 하지만, 언론만큼은 그 어디에도 치우침 없이 사실(fact)만을 알리는 그야말로 저널리즘이 돼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나라가 병들고 갈기갈기 찢겨진 그 이면에는 언론의 책임이 참으로 크다는 점을 제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을까. 언론의 무한책임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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