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대도시 간 경쟁이 국가 경쟁을 좌우하는 메가시티(Mega City)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메가시티란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한 인구 및 경제 규모를 갖추고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결된 대도시권을 말한다. 교통과 정보통신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메가시티로 사람과 돈과 힘이 모이는 것이 세계적인 큰 흐름이다. 특히 경제구조가 지식경제로 전환되면서 메가시티에 모여 일하는 것이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연결과 융합, 지능화가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함께 모여 아이디어와 영감을 나누는 집적화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과거 우리처럼 수도권을 규제했지만 성장이 정체되자 20년 전부터 도시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돌아섰다. 2000년 초 일본 정부는 수도권 공장제한법을 철폐해 도쿄에 첨단공장을 허용했다. 프랑스 정부도 파리와 주변 일드프랑스 주를 통합, 수도권을 만드는 ‘그랑파리 프로젝트’를 2010년에 발표했다. 영국도 런던권 개발에 국가사업의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대런던 플랜’을 수립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도시권 구축을 위한 대대적 투자와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금년에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가 발표한 ‘글로벌 도시 전망(Global Cities Outlook)’ 순위에 따르면 서울이 메가시티 전쟁에서 낙오자가 되고 있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2015년 10위에서 올해 128개 도시 중 38위로 크게 하락한 것이다. 글로벌 도시 전망 지수는 경제, 혁신, 개인 웰빙, 거버넌스 등 13개 항목으로 10년 후 미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한 지표다. 2016년 32위에서 6계단이나 추락했으며 2015년에 서울을 도쿄, 싱가포르, 시드니, 멜버른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 ‘엘리트 시티(Elite Cities)’로 선정했지만 2016년과 2017년에는 연달아 제외됐다. AT커니는 “서울의 지수가 급락한 것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지난 35년간 유지해온 규제 영향투자 환경 악화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위축됐고 개인 웰빙 분야에서는 황사나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 등 환경 점수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06년 78개 대도시권에 대한 경쟁력 평가를 실시했는데 서울·인천·경기를 묶은 수도권은 78개 도시권 중 68위를 기록했다. OECD는 2010년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의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너무 많이, 너무 멀리, 너무 빨리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권고했다. 실제,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하면 그동안의 수도권을 규제한 지역균형 발전의 결과로 서기업과 돈이 최적지에 유입되지 못하고 자원 배분이 왜곡돼 생산 활동의 효율성이 떨어져 수도권이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통과 정보통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지자체의 행정구역을 세분하는 것은 혁신성장과 주거복지 측면에서 장애가 되고 있다. 서울 강남은 분당, 판교, 위례와 한 생활권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따로 움직이면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한다. 서울, 경기, 인천을 합친 한국 수도권은 2016년 기준 2539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지바현 등을 묶은 도쿄권은 4263만명, 베이징시와 톈진시를 묶은 베이징권은 2억 19만명 수준이다. 국내에서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의 49%를 차지하는 수도권이 주변 경쟁 도시들에 작은 규모다.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이 뉴욕, 베이징, 상하이, 도쿄, 모스크바 등 메가시티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위축이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서울과 경기·인천을 한데 묶어 규제를 풀고 발전시키는 ‘그레이터 서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미래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도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메가시티를 향한 그랜드 매스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레이터 서울’에 규제를 풀어주고 돈과 기업이 모이게 하면 비수도권의 침체가 우려된다는 것도 현실이다.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일본에서 시행중인 고향기부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고향후원금제, 독일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운영하는 국가공동세 제도 등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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