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시기가 있다고 한다. 그럴 듯한 말이다. 사실 일은 다양한 변인에 따라 바뀔 수는 있으나, 해야 할 가장 적절한 때가 있을 것이다. 누구나 원하는 목적이나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기쁨을 한번쯤 만끽한 적이 있을 것이다. 노력에다가 적절한 타이밍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1974년 7월 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홍수환 선수가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 챔피언이 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또 1977년 11월 27일에는 파나마에서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챔피언이 됐다. 그 타이틀전에서 헥토르 카라스키야에게 2회 4번이나 다운을 당했지만 3회 극적인 KO승을 거뒀다. 4번을 쓰러지고 5번 일어나 통쾌한 승리를 거머쥔 그는 국민들을 흥분시키며 ‘4전 5기’ 신화를 창조했다. 두 번이나 다른 체급에서 세계챔피언을 차지했는데, 어느 누가 이러한 승리를 장담했겠는가. 어려움 속에서도 경기 흐름을 파악, 적절한 타이밍이 주효했다고 본다.

영국의 왕 가운데 식사예절이 엄격한 왕이 있었다. 그는 에드워드 7세(Edward VII, 1841년 11월 9일~1910년 5월 6일)였는데, 왕자들이 그와 같이 식사하는 것을 무서워할 정도였다. 어느 날 왕과 왕자가 같이 식사를 하게 됐는데, 식사 도중 한 왕자가 왕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했다. 왕자가 말을 하려 하자, 왕은 “식사를 할 때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된다”라고 하면서 버럭 화를 냈다.

이에 놀란 왕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했다. 조용히 식사를 마친 왕은 무언가를 알려주려고 했던 왕자를 불렀다. “식사할 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왕자는 “할아버지께서 드시는 음식에 벌레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알려주려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왕은 왕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벌레를 먹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아쉬워하고 후회를 했다. 그러나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렇다. 타이밍을 놓쳐 좋은 일이 생길 리는 없다. 버스가 떠났을 때 나타나봤자 소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농사를 지을 때도 시기에 맞게 비, 햇빛 등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처럼 적절한 시기에 뭔가를 하는 것은 위기를 관리하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지혜다.

잘못에 대한 사과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너무 늦은 사과는 솔직함과 관계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러한 사과는 진솔된 마음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노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타이밍은 현명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사과할 타이밍을 놓쳐서 화해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고상한 화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공감을 살 수 있다.

주저하는 것은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더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타이밍을 놓치는 그 자체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타이밍을 예측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타이밍에 대한 메커니즘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타이밍은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활력을 되찾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모든 일에 있어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가. 역량발휘의 시기와 방법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 있으며 꿈을 현실적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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