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영화 ‘미스터 고’의 참패 탓일까. 김용화 감독은 영화 ‘신과 함께’를 통해 이번엔 흥행에 성공하겠다고 작심한 듯 보인다. ‘오, 브라더스(2003)’부터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미스터 고(2013)’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상업영화에 올인한 김 감독은 웹툰을 통해 저승과 이승이라는 공간에 ‘효심’이라는 키워드를 끼워 맞춰 영화를 완성해냈다.

아무래도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지 못해 참패했던 ‘미스터 고’를 통해 많은 부분을 느꼈을 것이다. 김 감독은 한국 관객들이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단어 ‘효심’을 삽입해 판타지, 감동,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김용화 감독의 가장 큰 특기는 당연히 시각특수효과(VFX)다. VFX(Visual FX, 시각적 특수효과) 전문 회사 덱스터스튜디오 대표이기도 한 김 감독은 ‘미스터 고’를 통해 당시 한국영화 CG기술의 힘을 보여줬고, ‘신과 함께’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에 맞먹는 고도의 특수효과 기술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영화 ‘신과 함께’가 칭찬받아야 할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영화에서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는 저승이라는 사후세계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창조하고 몰입할 수 있는 판타지를 선물했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과연 저승이 존재할까라는 의구심을 품지만,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상상 속 저승세계를 스펙터클한 영상미로 완성해 상상력을 자극했다. 두 번째는 한국의 CG 기술력이다. CG를 통해 재현한 상상 속 저승은 인공적이지 않고 마치 그런 세상이 있는 듯한 자연스러움과 생동감을 안겨줬다.

안정감 있는 저승에 대한 미장센과 더불어 원귀가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사후세계는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구현된 적 없는 창조된 세계였다. 물론 영화는 적지 않은 허점도 드러냈다. 마치 한국판 몽키킹을 보는 듯한, 중국 영화시장을 염두하고 중국관객들의 입맛에 귀를 기울인 듯한 중국 냄새가 많이 나는 영화였다.

주인공이 7개 지옥을 거치는 동안 만난 각 지옥의 대왕역에서 괴분장을 한 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많이 떨어뜨린다. 마치 그들이 한 헤어, 의상, 메이크업은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분장으로 뒤범벅이 돼 중국 영화시장 코드에 맞게 중국 관객들도 타깃이라는 점을 직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허점은 과다한 플롯을 통해 효심을 너무 많이 영화 속에 배치해버렸다. 효심,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과다하게 연결 짓다 보니, 감동보다 진부하고 관객들의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시키려는 상업적 꼼수가 클라이막스를 지나서까지 이어져 맥이 풀려버린다.

영화 시작 후 계기적 사건부터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스토리가 충분히 점쳐진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반전이 약하다. 주인공 김자홍(차태현)의 인생 궤적을 통해 사후 49일 동안 7개의 지옥 재판을 무사히 거쳐야만 환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관객 누구나 영화를 보면서 해피엔딩으로 자홍이 다시 환생할 것으로 점친다.

이 영화는 누구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감정을 뒤섞은 신파에다 관객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 부재, 무언가 크게 관객들에게 남을 수 있는 여운이 부족하다 보니, 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 고의 실패로 관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관객들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화려한 액션, 코미디, 뜨거운 눈물인 감동 바로 삼박자다. 이 삼박자만 잘 갖추면 흥행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액션은 성공했지만 나머지 두 개 코미디와 감동에는 실패했다. 검사의 기능을 하는 판관 역을 맡은 오달수와 임원희를 통해 재미를 선사하려 했지만, 웃음코드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앙상블 연기가 의심이 갈 정도로 허술해보였다.

감동 코드도 와 닿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그리 끈끈해 보이지 않았던 가족 관계 속에서 사망 후 ‘어머니, 어머니’를 외치는 두 아들의 모습도 억지스러워 보였다.

영화 ‘신과 함께’는 분명 한국형 판타지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영화이다. 35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본과 화려한 CG, 상상력 있는 미장센, 다양한 볼거리 등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막대한 스케일 속에는 미덥지 못한 창작 스토리의 부재, 지극히 평면적인 구도, 과도한 카메오 출연, 짜릿한 카타르시스 부재가 많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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