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제15회 장한아내상시상식에 참석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관계자로부터 귀엣말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제15회 장한아내상시상식에 참석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관계자로부터 귀엣말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축소감사·감독부실 등 직무유기 혐의
“공직 기강 영향, 묵과할 수 없는 사안”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국가보훈처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보훈처의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박승춘 당시 보훈처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보훈처 차원의 ‘적폐 청산’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보훈처는 19일 박 전 처장 재임 시절 5대 비위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축소감사·감독부실 등 직무유기 혐의로 박 전 처장과 최완근 전 차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박 전 처장과 최 전 차장의 재임 기간 축소감사나 관리감독 부실 등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조사나 감사도 미흡했다는 것이 보훈처의 조사 결과다.

박 전 처장 재임 기간 보훈처의 비위 의혹은 우편향 논란이 일었던 안보교육 DVD 제작·배포를 비롯해 나라사랑재단 횡령·배임, 나라사랑공제회 출연금 수수, 고엽제전우회·상이군경회 수익사업 비리 등이다.

안보교육 DVD 제작·배포는 지난 2011년 11월 이뤄졌다. 당시 보훈처는 안보교육 DVD 11장짜리 세트 1천개를 만들어 배포했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이 DVD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의 지원으로 제작됐다.

보훈처는 지난 2011년 박 전 처장의 취임 이후 나라사랑교육과가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안보교육을 진행하는 등 대선 개입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라사랑교육과는 안보교육 사업을 주도한 부서로 지난 2011년 6월 신설됐다가 피우진 현 처장 취임 직후인 올해 7월 폐지됐다.

‘안보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진 본래의 설립목적과 관계없는 정치 활동을 진행하고 ‘관제 데모’ 의혹이 제기된 고엽제전우회에 대해서도 보훈처는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고엽제전우회는 보훈단체로 보훈처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보훈처는 증빙 자료 없이 출장비·복리후생비를 집행한 점, 최근 검찰 수사에서 위례신도시 주택용지를 특혜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난 점 등을 들어 고엽제전우회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훈처는 관리감독 대상 단체인 상이군경회에 대해서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상이군경회는 자판기와 마사회 매점 등 일부 사업을 승인 없이 운영했고, 특히 마사회 자판기운영사업은 사실상 명의대여 사업을 했으며 위탁계약으로 인해 이익이 제3자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처장 재임 기간 보훈처 직원 복지를 위한 ‘나라사랑공제회’ 설립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도 보훈처의 감사결과 들어났다. 나라사랑공제회 담당 공무원은 5개 업체에 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총 1억 4000만원의 출연금과 3억 5000만원의 수익금을 내도록 한 사실이 밝혀졌다.

보훈처는 안보교육 DVD 문제와 관련해 당시 담당 과장이었던 공무원도 검찰에 고발했다. 나라사랑공제회 등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 10명에 대해선 중앙징계위원회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보훈처는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감사 결과 박승춘 전 처장과 관련 공무원들이 해당 위법 혐의 사항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거나 축소·방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보훈처의 공직 기강은 물론, 보훈 가족들의 생활 안정과 복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훈처의 검찰 수사 의뢰로 관리감독 대상인 보훈단체의 전반적인 쇄신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처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로 보훈처의 적폐 청산 범위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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