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곽도원. (제공: NEW)ⓒ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영화 ‘강철비’ 곽도원. (제공: NEW)ⓒ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검사, ‘변호인’ 경찰, ‘굿 닥커’ 의사, ‘황해’ 교수, ‘특별시민’ 정치인 등 엘리트 캐릭터를 맡으며 자신의 커리어를 구축해온 배우 곽도원이 이번엔 청와대까지 섭렵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서 스크린을 압도하는 연기력을 선보인 곽도원이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로 열연한다. 지난 14일 개봉한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일촉즉발 상황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 분)’는 쿠데타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다. 쿠데타를 일으킨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한다.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하며,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곽철우는 엄철우와 함께 전쟁을 막으려 애쓴다.

‘강철비’ 곽철우 역 맡아… 무거운 소재, 톤앤매너 유지 애써

마라톤서 목 축이는 음료수처럼 러닝타임에 유머 넣었죠

전쟁 발발, 절대 안돼… 이 영화도 통일로 가는 하나의 방법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서 곽도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남북전쟁, 핵 등 영화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휴전 중인 우리나라에서만 다룰 수 있는 주제다. 곽도원이 이 시나리오 끌렸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시나리오 받기 전에는 전쟁이나 핵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 UN 가입국인 대한민국에서 핵이라는 것 자체가 위험하게 느껴진다. 핵이라는 존재가 굳이 있어야 하나 싶었다”며 “그러던 중 시나리오 받은 뒤 감독님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아, 이렇게 상상만 해도 상쾌하고 통쾌하게 된다면 어떨까’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통일이 되면 육로로 전 세계 여행을 다닐 수 있고, 외국에서도 육로로 우리나라에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 촬영은 아니었는데 허가를 받고 남북 출입소에 갔어요. 거기 계신 분이 ‘저기 보이는 하얀 선 뒤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하셨죠. 그때 우리나라가 휴전 국가인 게 너무 피부에 와 닿은 것 같아요. 보통 크게 모르거든요. 외국에서는 ‘우리나라가 위험하지 않냐’고 말하지만 잠깐 전쟁을 쉬고 있다는 거죠.”

영화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남북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통일을 염원하고 전쟁종식을 강조한다. 곽도원은 “가장 하고 싶은 말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화화의 모티브”라며 “이 얘기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세상은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호기심이 많았다. 평화를 위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통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의 방법은 이 영화가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고 말하며 넌지시 웃었다.

핵, 전쟁, 통일. 말만 들어도 무섭고 무거운 소재다. 여기에 곽도원이라는 카드는 적재적소에 쓰인다. 그는 무겁기만 할 수 있었던 영화의 톤앤매너를 조절해 다양한 웃음을 유발한다. 때로는 유쾌하고 따뜻하게, 때론 능청스럽지만 결단력 있는 프로정신 강한 인물이 곽도원의 캐릭터다.

영화 ‘강철비’ 곽도원. (제공: NEW)ⓒ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영화 ‘강철비’ 곽도원. (제공: NEW)ⓒ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곽도원은 이를 마라톤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마라톤은 2시간 30~40분 정도 달리면서 중간에 목을 축일 수 있는 음료수를 놓는다. 러닝타임이 2시 18분이다. 러닝타임 중간에 관객들이 긴장 풀고 잠깐 쉬었다 가시라고 유머라는 음료수를 준비했다”며 “이 진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 많이 했다. 막상 준비해도 현장에서 못 할 때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하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곽도원은 “너무 웃기려고 하면 작품의 색이 달라지고, 덜하면 ‘뭐야’ 하는 반응이 나온다. 문에 부딪히는 장면도 진지하게 찍었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여러 버전으로 촬영했다”며 “연극은 극의 흐름으로 웃긴다면 영화는 편집으로 웃기게 하는 방법이 많더라. 현장에서는 재밌었는데 편집을 못 해서 웃음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편집기사분이 편집을 잘해주셔서 의도한 대로 나오고, 의외의 부분에서 웃겼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영화 ‘강철비’ 곽도원. (제공: NEW)ⓒ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영화 ‘강철비’ 곽도원. (제공: NEW)ⓒ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나는 아직 배고프다”는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프로 연기자인 그는 아직 연기를 향한 갈망을 느꼈다. 곽도원은 “시나리오를 받으면 ‘아,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하지’하고 딱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며 “정말 힘들었던 캐릭터가 ‘타짜2’의 악역 ‘장동식’이다. ‘타짜1’에서 (김)윤석 형님이 ‘아귀’로 악의 축 역할을 하시니까 부담됐는지 촬영 2~3일 전까지 장동식 캐릭터가 안 잡히더라”고 고백했다.

또 그는 “막 힘준다고 센 게 아니다. 정말 답이 안 나오더라. 이런 고민을 제가 ‘사경을 헤맨다’고 표현한다. 정말 죽을 것 같다”며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뭐라도 찾기 위해 집 앞 어린이대공원에 가서 원숭이를 관람했다. 관람객이 던진 먹이를 원숭이들이 주워 먹더라”고 전했다.

“그때 대장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를 죽일 듯 제압해서 먹이를 빼앗았죠. 이후 대장 원숭이는 제일 높은 나무에 올라가 먹으면서 오줌을 질질 싸더라고요. 그때 무릎을 ‘탁’ 쳤죠. ‘저게 장동식이구나. 저런 인물이겠구나’ 싶었어요.”

맡은 배역을 충실히 해내면 앞서 고민했던 모든 게 무색할 정도로 보람을 느낀다.

“해냈을 때 카타르시스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지죠. 그건 마약과 같아요. 못 끊는 거예요. 연기 안 하고 쉬고 있으면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어요. 그래서 한번 배우 해본 사람은 그만뒀다 하더라고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죠.”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