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개신교는 통합을 부르짖었지만 3개였던 교단연합기구가 오히려 4개로 쪼개지며 세간의 비웃음을 샀다. ① 주요 교단장들은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창립했다. ②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명칭을 바꾸고 새 대표회장으로 이동석 목사를 선임했다. ③ 진보진영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홍정 목사를 새 총무로 선임했다. ④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새 수장이 된 엄기호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DB 2017.12.18
2017년 한국개신교는 통합을 부르짖었지만 3개였던 교단연합기구가 오히려 4개로 쪼개지며 세간의 비웃음을 샀다. ① 주요 교단장들은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창립했다. ②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명칭을 바꾸고 새 대표회장으로 이동석 목사를 선임했다. ③ 진보진영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홍정 목사를 새 총무로 선임했다. ④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새 수장이 된 엄기호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DB 2017.12.18

 

통합한다던 연합기구, 4개로 증가

주요 교단장 통합 나섰지만
제4의 기구 만들고 비웃음 사
한국교회 대표 연합 단체는?
하나 되지 못하는 한계 드러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올해 한국 개신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빛낸다며 야심차게 통합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연합기구가 3개에서 4개로 증가하며 하나 되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드러냈다. 마틴 루터의 연합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외침은 허공에서 사라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연합기구가 통합해야 한다며 뒷 선에서 조언을 하던 주요 교단장들은 지난해 말부터 전면에 나서 주도권을 잡고 통합을 시도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통합논의에 진척을 보이지 않자 교단장들이 손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가 되기에는 교단연합기구들의 체질은 너무도 달랐다. 교단장들은 먼저 보수연합기관을 통합하고 더 나아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진보진영과도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지만 이는 시도조차 되지 못했다.

통합논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다.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이었던 그는 주요 교단장들과 손잡고 통합을 공론화했다. 그러나 한교연은 한기총과의 분열 계기가 됐던 이단 논란 회원 교단에 대한 선 조치를 강하게 요구했다. 한기총과 교단장들의 압박에도 입장에 변화는 없었다. 여론은 한교연을 향해 ‘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난으로 흘러갔다.

올해 1월, 기류가 바뀌었다. 이영훈 목사가 임기를 문제 삼아 제기된 사회법 소송에서 패소해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새로운 수장 쟁탈전에 혼돈을 거듭했고, 통합 논의는 수면 속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구심점을 잃은 교단장들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협의체 형태로 운영하던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정식 단체로 창립했다. 그러나 한교총은 제4의 신설 단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에 이렇다 할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채 움츠러들었다.

다시 통합 논의가 재개된 때는 8월이다. 한기총의 새 수장을 뽑는 임시총회를 앞두고 한교총과 한교연이 손을 잡았다.

8월 16일 한교총과 한교연은 돌연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을 탄생시켰다. 이날 현수막에는 ‘창립총회’라는 타이틀이 붙었고,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다.

문제는 이후 통합기관으로서의 행보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한교연은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한기연이 각 교단의 인준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9월 정기총회 이후 정식으로 통합이 결정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다 지난 11월 17일 한교연은 정관문제와 세부통합 절차 협의 요청이 묵살됐다며 통합 결렬을 선언했다.

교단장들은 한교연의 이 같은 입장과는 무관하게 한교연을 제외하고 이달 5일 한기연을 창립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한교연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교단장들이 한기연 창립총회를 열기로 한 기일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고 한교연의 명칭을 돌연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변경했다. 교단장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명칭을 빼앗긴 교단장들은 당초 사용하기로 한 ‘한기연’ 명칭을 ‘한교총’으로 변경해야 했다.

새로 명칭을 바꾼 한교연은 이달 6일 정기총회를 갖고 신임 지도부를 구성했다.

그런가 하면 대표회장 직무정지라는 사태를 딛고 엄기호 목사를 새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한기총은 교단장들이 만든 단체를 인정하지 않고 통합의 대상은 오직 한교연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한기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광화문 인근에서 초대형 환영 집회를 진행하고, 주요 대외 행사에 대표회장이 참석하는 등 존재감도 과시했다. 연말에는 굵직한 대외행사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

결국 올해 주요 교단장을 중심으로 추진된 교단연합기구의 통합은 ‘무리수’였다는 게 중론이다. ‘선 선언, 후 논의’식으로 진행된 통합은 체질이 다른 연합기구를 통합하기 위한 방책으로는 부적격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발표한 ‘2017 10대 이슈 및 사회의식조사’에서는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에 대한 한국교회 내 구성원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표출됐다. 개신교인 사회의식조사에는 일반신도 900명과 목회자 100명이 응답에 참여했다.

이 설문에서 10대 이슈 중 하나로 꼽힌 게 ‘연합단체의 분열이라는 자기모순에 빠진 한국교회 연합운동’이었다. 목회자들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에 대한 물음에 51.8% ‘모르겠다’ ‘필요없다’라고 답변했다.

김대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연구위원은 “어쩌면 이는 연합단체의 분열이라는 자기모순의 당연한 결과”라며 “2017년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 그리고 한기연으로 이어지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은 내부 분열이라는 자기모순 속에서 탈출구를 헤매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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