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전국 대학교수 1000명 대상 설문에서 34%가 꼽았다. 파사현정을 추천한 교수들은 “사견(邪見)과 사도(邪道)가 정법(正法)을 눌렀던 상황에 시민들은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으며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됐고,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10년 전인 2007년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밀운불우(密雲不雨)였다. 구름이 빽빽한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녹아 있다.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정반대의 개념인 구한감우(久旱甘雨)를 다가올 신년 사자성어로 꼽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뤄감과 동시에 2008년 2월 공식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담았다. 2007년과 2017년은 정권이 이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10년 전엔 한나라당이 야당 10년을 마감하고 다시 정권을 잡은 해였고, 올해는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10년을 마감하고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오는 20일이 대통령 선거일이고, 결과는 어쩌면 또 여야가 뒤바뀌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세상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처럼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잘해야 한다. 

‘파사현정’은 불교 삼론종의 기본교의다. 삼론종의 중요 논저인 길장의 삼론현의(三論玄義)에 실린 고사성어다. 구약성경에도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며 넘어뜨리며 건설하며 심게 한다’는 비슷한 의미의 성구가 있다. 한민족의 문화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금이 가거나 깨진 그릇은 불길하다며 쓰질 않았다. 도자기도 흠이 있거나 원하는 수준이 되지 않는 것은 과감히 깨뜨려 아낌없이 버렸다. 이처럼 고쳐 쓸 수 없는 것은 도려내고 버리고, 필요하면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이치다. 올해 새정부는 잘못된 것을 없애는 작업을 열심히 해왔다. 이제 옳은 것을 드러내고 바로 세우는 일이 남았다. 우연찮게 10년 주기로 바뀐 권력은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새정부는 적폐청산에만 너무 몰두하지 말고, 편견을 넘어 옳은 것을 인정하고 모든 분야의 기초를 바로 세우는 일에 정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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