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 (출처: 뉴시스)
토마 피케티. (출처: 뉴시스)

‘세계 불평등 보고서’ 발표

0.1% 부자가 하위 38억명분 가져

“방치시 정치·경제·사회적 파국”

서유럽식 정책과 체제 장점 옹호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반적으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극단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소득분배를 연구하는 각국 학자 100여명이 참여한 네트워크인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 베이스(WID.world)’가 14일(현지시간) 펴낸 ‘세계의 불평등 보고서’는 “지난 37년 동안 상위 0.1%인 700만명의 부자가 가져간 세계의 부와 소득 증가분이 하위 50%인 38억명에 돌아간 몫과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WID.world에 축적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를 비롯한 유명 경제학자 5명이 작성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위 1%(7600만명) 밖에 안되는 부자가 1980~2016년 사이 늘어난 부 가운데 27%를 차지했다.

주요국 상위 10% 소득 비중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 베이스(WID.world)’가 14일(현지시간) 펴낸 ‘세계의 불평등 보고서’ 내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7
주요국 상위 10% 소득 비중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 베이스(WID.world)’가 14일(현지시간) 펴낸 ‘세계의 불평등 보고서’ 내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7

심지어는 부자들 가운데도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 상위 0.1%(760만명)가 차지한 부는 전체의 13%였고, 상위 0.001%(7만 6000명)가 전체의 4%를 차지했다.

이는 하위 50%와 상위 1% 사이 중간층에게 돌아간 부의 성장률은 0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보고서는 상위 10%가 상위 40%까지의 중산층을 포함한 나머지 90%를 계속 쥐어짠 셈이라고 지적했다.

소득의 빈부 격차 수준은 이른바 후진국 또는 개도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2016년 국가소득에서 상위 10%의 몫은 중동이 61%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인도와 브라질(55%),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54%) 순이었다. 2차대전 이후 ‘평등 추진 정권’이 전혀 없었던 이들 나라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최악의 불평등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선진국이라고 자칭하는 미국과 캐나다(47%), 러시아(46%), 중국(41%) 등은 현재의 격차도 심하지만, 격차 확대 속도가 매우 빠르다. 미국의 경우 1980년엔 상위 1% 부자의 몫이 22%였으나 2014년엔 39%로 급증했다.

유럽에선 2016년 상위 10%의 몫이 37%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그동안 격차가 완만한 속도로 커져 왔다. 영국이 프랑스 등 대륙 국가에 비해 격차가 큰 편이다.

소득 불평등 확대의 원인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부자들이 가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폭등한 반면 세제 등 각종 정책까지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운용된 영향이 크다.

세계 최대 부자인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 경영자의 보유 자산 가치는 지난해 330억 달러(약 36조원)였으나 지금은 988억 달러(약 108조원)까지 올랐다. 빌 게이츠를 포함한 세계 5대 부자들의 재산을 합하면 4250억 달러(약 463조원)에 달한다.

보고서 저자들은 “세계적으로 단합된 정치적 행동이 없으면 소득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로 가면 현재 세계 평균 20%인 상위 1% 부자의 소득 비중이 2050년엔 24%로 늘어나는 반면 하위 50%의 몫은 10%에서 9%로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평등을 이대로 방치하면 정치·경제·사회적 파국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면서 정책과 제도를 통해 줄일 수 있고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누진적으로 소득세를 더 높이고, 불로소득인 자본이득 과세를 강화하고, 세계 부의 10분의 1이나 되는 조세회피 지역 자금 은닉을 차단하는 한편 임금을 인상하고, 공공교육 투자를 확대하는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분배 및 재분배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0년 가까이 미국이 취해온 정책들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들면서 “미국의 실험은 일탈적 처방”이라고 혹평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최근 밀어붙인, 주로 상위 1%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와 부동산세 인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세제 개편은 미국을 갈수록 더욱 심한 ‘불로소득의 사회’로 만들 것이라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따라서 국가가 빈부 격차를 줄일 더 공정한 분배 및 재분배 정책을 적극 펴면 지난 시절의 소득 불평등 악화 속도를 늦추고 일정하게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부익부 빈익빈을 촉진하는 1980년대 이후 미국식 방식을 벗어나 서유럽식 정책만 택해도 앞으로 30년 뒤엔 소득 격차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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