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한국납세자연맹 등 17개 단체로 꾸려진 ‘소득세법 시행령 개악저지를 위한 시민단체’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누더기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 및 공평과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5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한국납세자연맹 등 17개 단체로 꾸려진 ‘소득세법 시행령 개악저지를 위한 시민단체’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누더기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 및 공평과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5

17개 단체 “기재부, 공평과세 원칙 무너뜨려”
보수개신교 “시행령 변경하면 조세저항 직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종교인 과세 소득세법 시행령에 대해 종교·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며 조세형평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기재부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반면 보수 개신교계는 이번 소득세법 시행령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조세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을 경고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한국납세자연맹 등 17개 단체로 꾸려진 ‘소득세법 시행령 개악저지를 위한 시민단체’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누더기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 및 공평과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종교인 과세 시행령과 관련 “국세청과 기재부가 공평과세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일부 종교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소득세법 시행령을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종교인 과세 시행령 철회와 공평과세 실현을 강력히 촉구했다.

17개 종교·시민단체들은 “일부 종교 세력의 기득권을 비호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한 공평과세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잘못을 저질렀다”며 “국세청과 기재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반성과 시정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11월 30일부터 12월 14일까지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종교시민단체들은 이번 소득세법 시행령에 대해 ▲각 종교단체의 종교활동비 지급기준을 자의적으로 책정토록 한 점 ▲소속 종교단체에서 받는 종교인 소득만을 과세대상으로 해 그 외 수입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도록 한 점 ▲종교활동 관련 장부 또는 서류에 대해 조사하거나 제출을 명할 수 없도록 한 점 ▲기타소득 신고 시 세금 특혜 및 근로·자녀 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한 점 등을 특혜로 지목하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민은 공평한 과세를 바라고 있다. 국민의 뜻에 반하는 종교인 과세는 특혜”라며 비판했다. 김집중 살림세무회계 세무사는 “대부분 종교인들이 과세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많은 국민들이 종교를 불신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종교시민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기재부의 소득세법 시행령은 위헌적이고 국정을 농단한 대국민 사기극이 될 우려가 높다”며 “무엇보다 종교활동비 지급기준을 종교단체가 임의적으로 책정토록 한 것은 실제 과세소득을 줄여 탈세의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소득세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즉각 철회 ▲종교인에 대한 근로소득과세 일괄 실시 ▲종교인 근로장려세제 지원 폐기 ▲정부-종교계의 담합의혹 해소 등을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종교인들에게 주어지는 종교활동비 비과세 범위가 너무 넓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경실련은 지난 14일 “정부가 종교인 소득과 별개로 종교활동비 항목을 만들어 비과세 혜택을 줄 경우 종교인에게 사실상 과세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시행령을 개정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헌법 제38조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납세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입각한 조세정의 실현은 종교인들이 솔선해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명제다. 그리고 조세당국은 이를 정책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보수 개신교계는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종교인 과세 발언에 반발하며 조세저항에 직면할 것을 경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등은 15일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수 개신교계는 정부를 향해 “더 이상 혼란을 초래하지 말라”고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기재부에 재검토 지시를 내려 종교계는 당혹스럽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그동안 정부와 종교계가 소통하며, 국회의 조정 역할을 거쳐 도달한 안을 종교계와 사전 협의도 없이 휴지조각으로 만들려고 하는 행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특히 종교활동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소득세법의 상위법인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기획재정부는 개정안의 수정 방향을 논의한 후 오는 21일 차관회의와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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