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거리를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5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거리를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5

“영화 범죄도시, 실화 아니냐” 비난 여론 일어
“범죄율 보면 내국인 보다 중국동포 훨씬 낮다”

[천지일보=정다준, 임혜지 기자] “대림동의 이미지가 안 좋긴 했었죠. 실제로 사건도 있었고 술 마시고 싸우고 하는 일도 있었고요. 하지만 요즘 많이 줄었는데 이렇게 안 좋은 사건이 일어나서 마음이 좋지 않네요. 동네 이미지가 다시 나빠질까 걱정이예요.”

15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인근 상점에서 일하고 있는 최진아(38, 여)씨는 최근 발생한 ‘대림동 칼부림’ 사건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최근 조선족과 중국동포를 강력범죄자로 묘사하는 드라마, 영화 등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살인 사건으로 인해 “영화 범죄도시는 실화였다” “조선족을 추방하라” 등 여론의 비난이 들끓으면서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인근에서 중국 동포를 흉기로 찌른 후 달아났던 20대 조선족 청년이 지난 14일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황씨는 대림역 근처 골목에서 피해자 유모(26)씨의 왼쪽 가슴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유씨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에도 흉기를 소지하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림동 거리에서 만난 최혜숙(50, 여,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씨는 “조선족들이 호신용으로 칼을 갖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며 “길을 가다가 조선족 무리를 마주치면 아무래도 무서울 때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림동에 거주하는 최성현(가명, 30대, 남)씨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림동은 무서운 거리가 아니다”라며 “사건이 터진 건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대림동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이어 “중국 동포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실제로 대림동에 와서 음식을 사먹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입견이 잘못된 오해였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림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열(52, 남, 서울 구로구)씨도 “안 그래도 최근 영화 때문에 대림동 지역상권이 전보다 나빠져서 힘들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중국동포를 아예 ‘범죄자’로 낙인찍는 건 아닌지 두려운 마음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협회 회장은 “대림동에서 사건이 발생한 게 안타깝다”면서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외국인 200만명 중 중국동포가 83만명으로 전체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범죄율을 보면 내국인 보다 중국동포가 훨씬 낮은데 단순히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어떻게 보면 잣대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전국 시·도와 시·군·구별 7개 분야 지역안전지수’를 살펴보면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서울 내 지역은 종로구와 중구로 나타났다.

대림동이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해 범죄 부문 지역 안전등급 5등급에서 올해 4등급으로 개선됐다. 생활안전 부문에서는 지난해부터 4등급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우리는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을 줄이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데 왜 중국동포들에게만 이목이 집중되는지 안타깝다”면서도 “우리는 봉사활동과 각종 기초질서 교육, 캠페인, 한중경제문화교류의 역할 상승 등 미래지향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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