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여성개발원 한주영 사무처장 인터뷰

▲ 불교여성개발원 한주영 차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어머니 태에서부터 부처님의 법문을 들었다. 독실한 불자였던 부모님의 손을 잡고 어려서부터 절에 다니기 시작해 중학교 2학년 때에는 스님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스님은 최고의 인간상, 보통사람과는 다른 아주 특별한 분’으로 생각하며 동국대 불교대학에 진학해 줄곧 불자의 삶을 걸어왔다.

그가 바로 불교여성개발원의 한주영 사무처장.

불교여성개발원은 여성불자의 신행문화를 변화·혁신시켜 스스로 행복한 삶을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가정·교단·사회에서 불교의 자비·평등사상을 구현해갈 여성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2000년도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그는 불교여성개발원의 시작과 함께 10년을 한결같이 실무자로 일해 오고 있다.

한주영 사무처장은 집안에 불단을 차려놓고 매일 아침 발원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틈나는 대로 참선을 한다. 일요일에는 어린이 법회에서 봉사를 하며 틈틈이 법당에서 기도를 한다. 그에게서 한사람의 불자로서의 인생이야기, 유일무이한 여성 불자 단체인 불교여성개발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이야기를 들어봤다.

◆ 불교여성 개발원 어제와 오늘과 내일

한주영 처장에게 불교여성개발원에서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여성불자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찾아 그 장을 열어 주는 곳”이라면서 “지난해 다문화 봉사단을 발족했으며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젊은 봉사자를 양성해 활동하고 매년 여성리더십 교육을 진행해 올해로 6기 교육을 마쳤다”고 소개했다.

▲ 제4회 여성불자 108인 선정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0년 1월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불교여성개발원의 다문화봉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어 2년에 한 번 여성불자 108인을 선정해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불자 네트워크를 구성해 불교발전과 사회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그가 하는 활동은 잡지 ‘우바이예찬’ 발행, 성폭력 피해자 상담 및 교육을 하는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붓다의 가웰다잉운동본부 운영 등 매우 다양했다.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한 처장은 “상근 인력에 비해 일이 많은 편이라 업무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보석 같은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고, 만나지 못했던 순수하고 신심이 깊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분을 알아간다는 것이 살아가며 얻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세상의 본이 되는 생불 같은 불자들을 만날 때 힘이 솟는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그런 보석 같은 분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한 처장은 어렵사리 말을 꺼내며 황수경 씨와 이영호 씨를 소개했다. “황수경 씨는 동국대 선학과 강사로 밤낮 없이 전국을 누비며 재소자·노숙자를 돌보고 있고,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장’인 이영호 씨는 업무시간에도 쉼 없이 상담하고 퇴근 후에도 누가 도움을 요청하면 달려가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비를 들여가면서까지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라며 “이 분들 외에도 여성불자 중에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선행하는 이들이 많다”라 전했다.

10년 동안 실무를 맡아오면서 어려운 일이 없었냐는 질문에 “종단에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스님들의 비리문제가 터질 때마다 많이 울었다. 한때는 종단을 포기하고 귀농 생각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서 있는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불교는 생명과도 같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처장은 현재 문수스님이 소신공양한 것 같은 심정으로 몸과 마음 다 바쳐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법이 바로 서는 조계종

한 처장은 조계사 사랑의 탑 행사가 취소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큰 듯 했다. 그는 “행사 며칠 전 조계사로부터 행사 불허 통지를 받았다”면서 “불교가 절대 권력과 야합하면 안 되며 민중에 편해 서야 한다. 그래야 불교가 튼튼히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권력이 잘못했을 때 비판할 수 있는 행동이 올바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종에 바라는 점이 있다는 한 처장은 조계종은 가장 큰 종단이기 때문에 역할이 중요하다며 “호법부가 있지만 인간관계에 얽매여 솜방망식으로 징계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것은 종헌·종법에 따라 엄격하고 확실히 징계하는 정법(正法)이 바로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징계없이 넘어가다 보니 잘못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니 다시 죄를 짓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힘이 있다고 봐주고 식이 아닌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질서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종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이 우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스님이 그 불법을 어떻게 보여주는 지가 중요하다”면서 법정스님을 예로 들었다. 법정스님의 좋은 모습이 불교를 대표한 것과 같이 어떤 스님의 잘못된 그 모습이 불교를 대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교가 아무리 훌륭하다하여도 스님과 종단이 정법대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불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구성원들이 적극적 의사 표현해야

한 처장은 총무원장 선거 앞두고 열린 ‘여성불자에 대한 종단 내 성차별 토론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사찰에서 제도적으로 차별받는 것은 없지만 은연 중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토론회 자리에서 “여성불자에게 반말하지 마세요. 봉사하는 것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여성불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세요”라고 스님들에게 요구했었다고 했다.

한 처장은 “사찰에서도 스님이 잘못하면 잘못한다고 신도회에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총무원장스님이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불교단체들이 돼야 한다”며 “불경을 읽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아닌 것 같아 물어본 적이 있다. 오해가 있다면 오해를 풀어주고, 잘못했다면 잘못했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웰다잉운동본부

인터뷰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한 처장은 2년 전에 설립한 ‘웰다잉운동본부’에 대해 꼭 할말이 있다고 했다. ‘웰다잉’이란 말이 생소하다고 하자 그는 ‘좋은 죽음’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웰다잉운동본부란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프로그램을 보급해 불교적 죽음준비교육을 하는 단체라고 설명했다.

웰다잉문화운동은 “책·교육·공연 등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인식을 전환하는 운동”이라며 “앞으로는 웰다잉 마인드를 갖춘 간병인, 호스피스, 상·장례 봉사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봉사 쪽으로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웰다잉운동본부는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며 “좋은 일 하는 유사단체가 많이 생겨 서로 잘하는 부분은 서로 배우고 상생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한 처장은 “좋은 일 하는 사람 점점 많아지고 나쁜 일 하는 사람 점점 줄어들어 좋은 사회, 살만한 사회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아름다운 삶의 향연’이란 주제로 내면의 생명을 일깨우는 문화제가 열린다. 한 처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영산재로 삶의 진정한 의미와 마무리를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문화제 티켓 한 장을 건넸다.

◆ 한주영 사무처장 약력
91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94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대학원 석사 졸업
97년~99년 조계종 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회 “재가불자를 위한 신행체계화 연구” 진행
99년~2000년 불교여성개발원 창립 준비
2000년~현재 불교여성개발원 상근활동가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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