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미애 기자] 광주 양림동의 근대문화역사마을 보존 활동을 하고 있는 한희원 서양화가.ⓒ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광주 양림동의 근대문화역사마을 보존 활동을 하고 있는 한희원 서양화가.ⓒ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100여년 세월 견딘 기독교선교 근대역사문화 흔적 곳곳에
“도시개발 속에 묻힌 역사문화유산 휴식공간으로 조성해야”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양림동의 옛 모습은 도심 속 전원처럼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우거진 푸른 초원이었다.” 양림동의 서정적인 아름다운 환경이 예술적 감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한희원(62) 서양화가.

광주시 남구 양림동 ‘근대문화역사마을’에 있는 한희원미술관를 찾았다. 이곳에서 미술관 설립자인 한희원 작가를 만나 옛 양림동의 역사와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어릴 때만 해도 양림동은 동네 사람이 한 가족처럼 도심 속의 작은 시골 마을 같은 공동체 정신이 있었다”는 한 작가는 양림의 정서를 ‘사랑·위로·예술’이라고 정의했다.

다른 곳처럼 양림동도 개발을 피해갈 순 없었지만 양림산의 선교사묘역(22명), 오웬기념관(1914년), 우월순 선교사 사택, 이장우·최승유 고택 등 100여년 세월을 견딘 근대 건축물이 여러 곳 남아 있다. 오웬기념관은 103년 전 만들어진 광주·전남 최초의 공연장이기도 하다.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산책길에는 수피아여학교로 내려가는 언덕에 고딕 양식의 아담한 회색 벽돌 건물이 보인다. 전라도 지역 선교의 개척자인 유진 벨(Rev. Eugene Bell) 목사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커티스메모리얼홀(Cornelia Curtis Memorial Chapel)이다.

한 작가는 “아마추어 주민들이 만든 펭귄마을도 있지만 김현승·문순태·정율성 등 이곳 출신 작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한희원 미술관에 전시된 한희원 화가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한희원 미술관에 전시된 한희원 화가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한 작가는 양림동의 개발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이 지역 개발에는 ‘선교관광’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꽤 많은 돈이 신학교에 쓰이는 과정에서 남구청과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남은 돈으로 양림동을 개발하면서 마을의 정신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전문기획자와 주민, 관이 소통하고 공유하는 활동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독재 이후 새마을운동이다 뭐다 하면서 개발논리에 휩싸여 무조건 파헤치다 보니 휴식 없는 도시가 됐다”며 “도심 속 마을인 양림동 거리가 옛날의 고즈넉한 모습을 잃어 착잡하다”는 심경과 함께 근대역사문화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개발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림동에 마음의 빚이 많다는 한 작가는 “김현승 시인 문학관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경남 남해 통영은 인구가 14만이지만 유치환 문학관, 김춘수 문학관 등 다수가 있다”며 “첫 번째는 보존, 두 번째는 정신이 깃든 곳을 만들어야 한다. 문학관, 소극장, 미술관 등이 존재한 다음에 카페와 같은 상업시설이 들어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작가는 지역 문화 부흥과 역사적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에 대해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다”며 선친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아버지 고(故) 한이직씨는 한경직 목사의 동생이기도 하다. 고 한이직씨가 쓴 희곡을 춘원이광수가 동아일보에 ‘유정’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기도 했다.

한희원 작가는 서양화가이면서 시인으로도 활동한다. 곧 시와 그림이 있는 시·산문집을 출판할 예정이다. 조소혜 작가, 문순태 작가, 김현승 시인 등 이름난 문인들이 그의 친구로 한동네에서 살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오랜 동무이기도 하다.

지역의 문화를 무조건적인 개발보다 역사적인 의미와 정신을 부여해 후대까지 잘 이어가도록 노력하는 한희원 작가의 앞으로의 활동, 그리고 그의 행보에 따라 양림동이 어떻게 변화에 갈지 기대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