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경기부양+환율 효과…내년은 100조 훌쩍 넘어
"기업이익 규모 대단…위기 적응력 뛰어나"

(서울=연합뉴스) 주요 상장사들의 연간 순이익으로 100조원을 바라볼 수 있게 된 데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절대적이었다.

지난 10년간 2~3번의 위기를 통해 강화된 기업들의 체질이 이번 위기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위기에 상대가 움츠러들 때 국내 기업들은 더 공격적으로 나서 이익 규모를 키웠고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 결과 '작년에 좋았으니까 올해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상은 깨졌다. 올해는 2007년 경기 초 호황기보다, 금융위기를 겪기 이전보다 더 많은, 99조원대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좋아 순이익이 1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20일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위기에서 뛰어난 적응력을 보인 한국기업이 한단계 레벨업됐다"고 말했고,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이익 규모가 엄청나며 이전 수준과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여서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IT.자동차.화학 주도…경쟁국에 비해서도 '우등생'
순이익이 100조원 시대는 IT, 자동차, 화학이 끌고 통신, 은행이 밀었다.

단적으로 순이익 '1조원 클럽'에는 새로 들어온 9개 가운데 은행, 통신 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대비 순이익이 58.33%나 늘어난 15조2천779억원이 예상되는 삼성전자를 선두로, 5조원대 POSCO, 4조원대 현대차, 3조원 육박 현대중공업, 2조원대 LG전자, LG디스플레이, 우리금융, 신한지주, 1조원대 SK텔레콤, LG화학, LG,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이 포진했다.

올해 순이익이 7천964억원으로 1조원 클럽에서 빠진 현대제철의 자리를 SK에너지, 삼성생명, 기업은행, 외환은행, KT, KB금융, 하이닉스, 한국전력이 비집고 들어왔다.

LG디스플레이와 KB금융의 경우 순이익이 작년 대비 무려 129.42%, 291.82%나 급증하고, 하이닉스와 한국전력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LG텔레콤(이하 순이익 증가율 169.06%), SK네트웍스(296.93%), 대우건설(174.07%), 동국제강(388.61%), 현대산업(347.61%), 현대하이스코(218.25%), 대한항공(흑자전환), 아시아나항공(흑자전환) 등 작년 부진했던 기업도 실적 호조세에 동참했다.

코스닥기업 중에서는 디에스엘시디, 주성엔지니어링, 더존비즈온, 아이피에스, 이엠코리아 등의 부품업체는 순이익이 1천%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 기업들과 비교해 봐도 국내 기업들의 이익증가세는 '우등생'이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7.7%로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높지 않은 반면 순이익 증가율은 50.7%로 최고 수준을 보였다.

톰슨로이터와 현대증권에 따르면 주요 11개국에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국내기업의 올해 순이익은 작년 대비 5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영국, 프랑스, 브라질 기업은 30%대, 중국과 인도는 20%대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만(85.4%)에 이어 가장 높다.

매출액 증가율은 7.7%로 다른 주요 기업에 비해 크게 높지 않은 반면 순이익 증가율에서 단연 돋보인다. 기업의 이익 개선세가 해외기업에 비교해도 월등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내년 더 좋아…100조 훌쩍 넘을 듯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는 내년까지 계속돼 내년 순이익은 108조원으로, 10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실적 호조로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증가율이 미미한 가운데서도 SK텔레콤, LG전자, 기아차, SK에너지, 롯데쇼핑, 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삼성화재, KT, 현대제철, GS건설, OCI, 효성, NHN은 내년 두자릿대의 순이익 증가율을 보일 전망이다.

올해 대비 내년 순이익이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기업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웅진홀딩스, 인프라웨어가 꼽힌다.

신영증권 김세중 팀장은 "IT, 자동차, 화학, 통신이 가장 크게 개선됐고 은행도 작년 대비 플러스로 돌아서 주요 업종, 주요 기업의 실적이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출구전략, 유럽위기 등의 문제가 있어 올해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2007년 경기가 초호황때 등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좋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기업이익이 한해 좋으면 한해 안 좋았지만, 업황이 좋지 않더라도 높은 점유율과 좋은 평가를 바탕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올해 이익 수준을 유지하거나 떨어져도 급격하지 않아 이익 안정성이 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쟁력 강화에 환율, 경기부양 덤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같은 국내 글로벌 기업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여파로 경쟁 업체가 부채 축소(디레버리징)로 주춤할 동안 더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이미 10년 전 디레버리징을 끝내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늘렸고, 관련 부품업체의 이익 증가까지 이끌었다.
이제는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신사업 등으로 투자 선점에도 나서고 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점차 이익 증가율이 둔화된다해도 이익의 절대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과거 시스템 리스크가 있고 경기가 경착륙할 때는 전망치에 비해 실제 실적이 30~40% 하향 조정됐던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하향을 감안해도 이익 규모 수준은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우리는 10년 전에 디레버리징을 끝냈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개선됐고, 이 영향으로 이익이 가장 좋게 나왔다"며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자가 중요하며 이번에 투자와 관련된 여러 기업들이 어떤 발표를 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원.달러 환율과 각국의 경기부양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HMC투자증권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이머징마켓은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지 않았는데도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을 펼치다보니 경기부양 효과가 엄청나게 나타났다"며 "우리의 강점인 IT와 자동차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났고, 환율도 수출 기업에게 유리하게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은행의 경우 향후 건설사, 조선사의 구조조정에 따른 부도와 금리 변수가 있어 실적 추정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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