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이 14일 열렸다. 이날 박영수 특검팀은 단호한 어조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은밀하고 부도덕한 유착과 이를 십분 활용한 비선실세의 탐욕과 악행이 이 사건의 실체입니다”라며 이 사건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어 최씨에 대해 징역 25년의 중형을 구형하고 벌금 1185억원과 추징금 77억 9735만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4290만원 그리고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겐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이 비교적 높은 중형을 구형했다지만 국민의 눈높이는 이보다 더 높다. 일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머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정운영의 깊숙한 부분까지 공공연하게 좌지우지 했을 뿐더러 그 죄질마저 극히 불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검 수사를 받은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서의 언행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오만방자하고 악독하다. 몸을 낮춰 고개를 숙이거나 사죄하는 마음이라곤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국민의 마음속엔 영구히 우리 사회에서 퇴출시켜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최순실씨의 이런 언행은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고 국정을 문란케 한 죄는 천벌을 받아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도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최순실에게 속은 죄 밖에 없다는 식이다. 어찌 이런 인물이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검찰을 대하는 태도와 재판에 임하는 자세를 보노라면 한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명예나 품격 같은 것은 찾기조차 어렵다. 필부들의 재판과정도 이렇진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최씨에게 중죄를 구한 것은 의미가 크다. 다시는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겠다는 사정당국의 결의를 보여준 것이며 나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겠다는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최씨에 대한 엄중한 단죄만이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적 가치를 재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최씨에 대한 특검수사의 역사적 의미까지 덧붙인 것도 이런 배경이라 하겠다.

그러나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최씨에 대해 ‘탐욕과 악행’으로 사법적인 단죄를 하더라도 그 일가가 어디엔가 숨겨뒀을 것 같은 불법적 재산에 대한 몰수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마침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당선 일성으로 이른바 ‘최순실재산몰수특별법’에 대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정치권도 냉정하고 치밀하게 역사와 정의 앞에 나서야 할 때이다. 불의와 부패, 국민을 배신하는 악행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은 물론이요 정치적으로도 끝까지 추적해서 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 그것이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정치인으로 산다는 큰 자부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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