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뒤편 청파로 옆 옹벽에 그려진 ‘만경청파도’ 일부.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서울역 뒤편 청파로 옆 옹벽에 그려진 ‘만경청파도’ 일부.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청파로 퍼블릭아트 캔버스 프로젝트

9명 작가 함께 한 ‘만경청파도’ 완성

문헌조사·인터뷰 통해 동네이야기 담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역 서편 서부역에서 1호선 남영역으로 이어지는 청파로 옆 낡은 옹벽이 한 폭의 그림으로 변신했다. 청파동, 서계동 일대 이야기를 담은 벽화는 가로 길이 185m(높이 3.5~5m, 면적 870㎡)로 청파로 전체(404m)의 절반 가까이가 공공미술로 변신했다.

20대 신진작가부터 50대 중견작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9명의 작가가 의기투합한 ‘만경청파도(萬景靑坡圖)’다.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청파동을 배경으로 한 주민들의 다양한(만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였다.

그림을 따라 걷다 보면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 모습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청파동 일대가 변해 온 과정과 약현성당, 손기정공원, 김구기념관 같은 명소를 재해석한 그림, 시간이 켜켜이 밴 한옥과 골목길 풍경 같은 동네의 일상적인 모습까지 느긋하게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9인의 작가가 기획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협업, 다름 속에서 조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완성된 것이 특징이다. 작가별로 구간을 나눠 본인이 맡은 영역을 채워 그리는 보통의 공동작업 방식과는 달리, 참여 작가 전원이 전 과정을 함께해 한 그림으로 완성하는 방식은 미술계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사례다.

작가들은 지난 9월부터 작품 제작에 앞서 이 일대와 관련된 사료와 문헌 같은 정보를 수집하고 4주간에 걸쳐 청파동·서계동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동네의 옛 이야기와 변화과정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주었고 인터뷰 내용은 작품 소재가 돼 벽화 곳곳에 그대로 녹아 있다.

서울역 뒤편 청파로 옆 옹벽에 벽화를 그리는 모습.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서울역 뒤편 청파로 옆 옹벽에 벽화를 그리는 모습.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작품 제작 과정도 눈에 띈다. 작가들이 각자 그린 그림을 스캔해 디지털로 조합하고 이것을 인쇄해 벽면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작품의 80%를 완성했다. 박영균 작가가 우연히 발견한 이 기법을 통해 개별 작가들의 개성 있는 회화적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작업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었다. 나머지 20%는 현장에서 작가들이 리터칭 작업을 해 생생한 붓 터치를 느낄 수 있다.

박영균 작나는 흰 벽면 전체를 잇는 청색의 라인 속 풍경을 따뜻한 터치로, 나수민 작가는 인물들이 장면 속에 잘 어우러지도록 단순한 표현으로 그려냈다. 동네 곳곳의 살아있는 풍경은 김태헌 작가의 감성적 터치로 마무리됐다. 장자인 작가가 기지 넘치게 표현한 현재 서울역의 모습도 볼만하다.

서울시는 작품 설치와 함께 청파로 보행로에 설치돼있던 노후한 스테인리스 펜스를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고 안전한 서울시 우수 공공디자인 인증제품으로 전면 교체했다. 청파로 보행로가 좁은 만큼 보행자들에게 안전한 작품 감상 환경을 제공하고 작품의 시안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2년에 한 번씩 생애주기를 마감한 벽화를 지우고 새 작품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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