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화재제자리찾기가 국과수를 상대로 ‘조선 여인 생식기 표본 보관 금지 청구’ 소송을 낸 일이 있었다. 이 표본은 일제가 조선 여인의 생식기를 불법으로, 그것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의학적 지식 없이 적출해 1955년 국과수에 넘긴 것으로 반인륜적, 비인권적 행위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법원은 양측에 화해권고를 내렸고 피고 측인 국과수는 법원의 ‘국과수에 보관된 여성 생식기 표본을 폐기, 매장 또는 화장’하라는 화해권고를 받아들일 것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 국과수가 해당 표본을 화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검찰은 이 사건이 ‘사법부가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소를 각하해달라고 이의신청을 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국과수를 상대로 한 소송이 왜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비록 표본이라고는 하지만 이 또한 인체의 한 부분이자 원치 않는 상황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짓밟힌 한 인간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혹자는 다른 인체 표본도 많은데 굳이 이 표본만을 가지고 인간의 존엄성, 역사의식을 논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당 생식기 표본이 일제에 의해 한 여성의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 표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반백년이 흐르는 세월 동안 이 표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 삼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또한 사람들이 별 비판의식 없이, 문제의식 없이 사건과 현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일제로부터 광복된 지 65년이 지났다. 일제가 저질러놓은 만행을 찾아 수습하고 바로잡는 것,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진정한 광복의 길로 가는 것이자 일제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우리 민족의 한을 푸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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