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3일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 스크린도어에 발빠짐 주의 표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3일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 스크린도어에 발빠짐 주의 표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자동 감지장치, 안전발판 추가 필요
서울교통공사 “내년까지 안전발판 설치”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아이랑 같이 나왔는데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너무 넓어서 깜짝 놀랐어요. 어른들한테는 문제없겠는데, 아이들에겐 위험할 것 같아요.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어요. 얼른 좁혀졌으면 좋겠어요.”

13일 겨울철 한파가 지하철 역사 내부까지 감도는 가운데 충무로역에서 아이를 안고 지하철을 기다리던 이경희(34, 여, 성북구 월곡동)씨는 지하철 승강장 간격이 넓은 것을 확인하고 아이들 발이 빠질까 위험해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넓은 간격으로 인해 휴대전화 분실, 발빠짐 등의 사고 발생의 위험이 커 안전발판, 감지장치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자는 이날 3호선과 4호선의 환승 구간의 거리가 짧은 충무로역을 찾았다. 이곳은 3, 4호선 지하철이 동시에 도착하게 되면 승객들로 혼잡한 모습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이씨는 “아이와 함께 처음으로 지하철 타러 나왔다”면서 “평소 혼자 다닐 때는 승강장 간격이 넓은 것에 대해 잘못 느끼고 있었는데, 아이랑 같이 나오니깐 신경을 쓰고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나 승객들이 승강장 사이로 발이 빠지면 자동으로 감지하는 장치나 수동 버튼이 열차에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발이 빠졌을 경우 바로 신고가 접수돼, 역무원이 현장으로 달려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는 안내방송 등을 통해 발빠짐 사고 이후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는 문은영(32, 여)씨는 “사당역 2호선에서 열차에 탑승할 때 승강장 사이에 발이 빠져서 넘어진 적이 있었다. 그 때 힐을 신고 있었는데, 다리에 멍이 심하게 들었다”며 “그래도 옆에 계셨던 승객들이 도와줘서 금방 일어날 수 있었다”고 사고 발생 당시를 설명했다.

문씨는 “이런 상황이 찾아오면 안내방송을 통해 다른 승객들에게 열차지연을 알리고 발빠짐 사고의 추가피해도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3일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 승강장과 지하철 열차 사이의 간격이 휴대전화가 들어갈 정도로 넓은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3일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 승강장과 지하철 열차 사이의 간격이 휴대전화가 들어갈 정도로 넓은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몇몇 시민은 승강장과 지하철 간의 벌어진 간격 사이로 휴대전화를 떨어뜨린 경험이 있다며 안전발판 장치를 추가적으로 설치해 발빠짐은 물론 물품 분실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무로역에서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로 휴대전화를 떨어뜨린 경험이 있다는 이수지(가명, 29, 여)씨는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옆에서 누군가 치는 바람에 휴대전화가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로 들어갔다”면서 “꺼내고자 했지만 곧바로 찾지 못했고 ‘열차 운행이 종료 된 후 찾을 수 있다’는 말에 다음 날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승강장 사이로 물품이 안 떨어지게끔 중간에 장치를 마련하고 발빠짐 사고도 예방해야 한다”며 “저번에 휠체어 타신 분이 간격이 넓은 구간을 지나가는 걸 봤는데 너무 힘들어 보였다. 휠체어가 다니는 구간에도 추가적인 장치가 빨리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승강장은 곡선으로 설계돼 휘어진 정도에 따라 승강장과 열차의 간격이 넓어지는 역들이 많은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간격이 최고 18㎝이고, 이 같은 이유로 승강장과 열차 사이가 최고 25㎝ 떨어진 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 1~9호선 역사 중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이 10㎝를 초과해 주의가 필요한 역사는 전체 307개역 중 36%인 111개역이 해당했다. 승차 위치로는 2871곳에 달했다.

도시철도건설규칙(국토교통부령 제106호)은 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10㎝가 넘는 부분에는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 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3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3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박백중 서울교통공사 승강장안전문관리단 부장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는 원래 4~5㎝ 정도는 띄운다. 하지만 곡선 구간에서는 승강장 간격이 직선 구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어서 안전발판을 전역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곡선 구간에서는 안전발판을 설치한 상태로 놔두게 되면 열차 운행과정에서 마찰로 인해 안전발판이 닳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현재 간격이 넓은 곡선구간에는 안전발판이 부분적으로 설치 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중순까지 ‘자동안전발판’을 설치해 열차가 들어오면 발판이 자동으로 설치되고 열차가 운행되면 발판이 들어가게끔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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