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해,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담았다(종합)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대한민국 역사상 민주화 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1987년을 다룬 영화가 공개됐다.

13일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영화 ‘1987’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장준환 감독과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이희준, 박희순, 김태리 등이 참석했다.

영화 ‘1987’은 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박종철 고문 사망 사건부터 6월 민주화항쟁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모두가 뜨거웠던 그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영화는 부제에 맞게 어느 한두 사람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지 않다. 악역 대공수사처의 처장부터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검사·교도관 그리고 평범한 대학생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장준환 감독은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해를 담고 싶었다”며 “온 국민이 뛰쳐나와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그때의 가치와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내용이 영화적 요소를 담아 재구성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30년 전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에 임한 배우들의 소감도 남달랐다.

배우 김윤석은 영화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의 처장 ‘박처장’으로 분했다. 1987년에 대학생이었다고 밝힌 그는 “주요 일간지 헤드라인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이 도배한 것을 본 세대로서, 이 대사를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사실 박종철 열사가 나의 고등학교 2회 선배다. 기왕 역할을 맡게 된 거 그 당시에 대한 고증을 열심히 해 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30년 전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를 본 관객은 최근 촛불집회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과 맞물려 생각하게 된다. 장 감독도 이에 대해 생각을 한 모양새다. 극 중 유일하게 허구의 인물이며, 사회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고자 하는 ‘연희’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는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들은 질문이 ‘태리는 지금 광화문 광장의 상황과 시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였다”며 “사실 매주 광화문 광장에 나가려고 하고 있긴 했지만 속으로는 ‘나 한명이 저 백만 명 중에 섞인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영화 촬영에 들어가고, 촬영하면서 ‘우리는 광장에 나와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내가 느낀 이 내용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를 내비쳤다. 박종철 열사 시신 화장 동의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이는 서울지검 검사 ‘최검사’를 연기한 배우 하정우는 “재구성된 부분이 그럴 듯했다”며 “어떤 시나리오·소설보다도 밀도가 높아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건의 진실을 담은 옥중서신을 전달하는 교도관 ‘한병용’ 역의 배우 유해진은 “아픈 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끝내는 희망을 보게 하는 영화다”고 강조했다.

잊지 말아야 할 30년 전의 실화를 다룬 영화 ‘1987’은 오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