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1987’ 언론 배급 시사회에 참석해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장준환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1987’ 언론 배급 시사회에 참석해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극적인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이 치닫는 이야기를 연출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준환 감독이 이번엔 영화 ‘1987’로 역사의 흐름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 ‘1987’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장준환 감독과 배우 김태리, 유해진, 하정우, 김윤석, 박희순, 이희준 등이 참석했다. 영화 ‘1987’은 한 젊은이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골리앗같이 강고한 공권력과 부딪히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격동의 1987년 6월의 이야기를 다룬다.

장준환 감독은 외계인이라 믿는 자들에게 맞서 홀로 지구를 지키고자 했던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첫 작품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강한 신고식을 한 바 있다. ‘지구를 지켜라’는 소재와 캐릭터, 극 전개 모두 통념을 뛰어넘는 독특한 상상력과 한국 사회에 대한 고발까지 담아내 한국영화의 새로움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데뷔작으로 평가받으며 국내외 유수 영화상을 받았다.

장준환 감독은 “만들면서 배우들하고 여러 번 봤다. 옆에서 하도 훌쩍이시니까 눈물을 참을 수 없더라. 잘 그치지 않았는데 어떡하지. 이런 걸 ‘자뻑’이라고 하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장 감독은 “비록 상업영화지만 진짜 진심으로 1987년도에 양심의 소리를 내시고, 길거리에 나와 싸우고 피 흘렸던 그분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며 “포스터 카피에 있듯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해를 담고 싶었다. 결국 온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가서 대통령 직선제를 자각한 상태에서 쟁취해낸 해다. 거리로 뛰어나오기까지 언젠가 끓어오를 그 날을 위해서 밑에서 계속 열이 가해지고 있었다. 그 가치와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저는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요즘 그렇게 뜨겁지도 않고, 순수하지 않은 것 같다. 1987년을 바라봤을 때 두려움에 떨면서도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던 그 사람들이 떠오른다. 저한테도 많은 용기와 힘이 됐던 것 같다”며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장준환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1987’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장준환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1987’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3

 

영화는 1987년 사망한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의 사망사건 이야기를 다룬다. 장준환 감독은 “사실 이한열 열사는 박종철 열사 사건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얽혀 있지 않다. 어떻게 매끄럽게 만들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평범한 보통사람의 갈등을 내재하고 있는 인물과 이한열 열사가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김태리 배우 역 ‘연희’가 나왔다”며 “워낙 인물이 많아서 여러 역사와 섬세한 상황이 닥치면 좋겠지만 비교적 간단하게 들어갈 수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1987년과 2017년 불과 몇년 안 됐는데 저부터도 굉장히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네요. 2017년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왔던 뜨거움과 1987년에 최루탄에 맞서서 구호를 외치던 국민들 뜨거움의 온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는 “하지만 양상이나 국면에 있어서 조금 달랐던 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 이전 정권이 덜 폭력적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당시는 물리적인 폭력이 만연했고, 거기에 국민들이 저항했다”며 “중요한 것은 극단적으로 생각할 때 국민이 자각하고 요구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이 없었다면 2017년에 아직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87년이 미묘하게 2017년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위대하고 힘이 있는 국민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살면서 지치고 힘들고 절망스러울 때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서로에게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뜨거웠던 1987년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 ‘1987’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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