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스터 액트’ 속 반짝이는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이 율동하며 단체로 합창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8
뮤지컬 ‘시스터 액트’ 속 반짝이는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이 율동하며 단체로 합창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8

뮤지컬 ‘시스터 액트’

 

우피 골드버그·알란멘켄 등

공연 대가들 연출에 참여

 

새로운 노래·번역·자막 모두

지루할 틈 없는 알찬 구성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노래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지붕이 들썩이게 하는 거야. 천국까지 들리게 목소리 높여!”

수녀들이 흥겨운 노래에 맞춰 열정적인 안무를 선보인다. 수녀복은 경건함의 상징이지만, 무대 위 수녀들이 입은 수녀복은 오색빛깔 화려한 조명을 받아 쉴 새 없이 반짝인다. 축제처럼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는 관객들의 발을 리듬에 맞춰 구르게 하고,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이처럼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수녀들의 모습에 관객은 한바탕 신나게 웃어젖힌다. 이곳은 뮤지컬 ‘시스터 액트(Sister Act)’의 첫 내한공연 현장이다.

경건한 삶을 살던 수녀님들의 유쾌한 일탈을 담은 뮤지컬 ‘시스터 액트’가 한국에 상륙했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클럽에서 삼류 가수로 일하는 ‘들로리스(데네 힐 분)’가 우연히 암흑가의 거물이며, 전 애인인 ‘커티스(브랜든 고드프리 분)’의 범죄현장을 목격한 후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커티스 일행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 들로리스는 경찰의 도움으로, 수녀원에 자취를 감춘다. 밤무대 가수인 들로리스에게 수녀원 생활은 답답하기만 하다.

들로리스가 계속해서 말썽을 부리자 ‘원장 수녀(레베카 메이슨 와이갈 분)’는 음치 수녀들로 구성된 성가대의 지휘를 맡긴다. 들로리스는 음치 수녀들과 함께 성당에서는 볼 수 없던 흥 넘치는 합창을 선보이고, 신나는 합창에 성당 신도가 늘어난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속 반짝이는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이 율동하며 단체로 합창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8
뮤지컬 ‘시스터 액트’ 속 반짝이는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이 율동하며 단체로 합창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8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1992년 개봉해 메가 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후 원작에서 들로리스로 분한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가 뮤지컬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이 2009년 영국 런던 팔라디움극장에서 초연됐다. 한국에는 영국 초연 8년 만인 지난 11월 처음 공연됐다.

이 작품에는 우피 골드버그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명성 높은 제작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연출은 토니어워즈에서 4번 수상을 하고 브로드웨이에 35편 이상 공연을 올린 제리 작스(Jerry Zaks)가 맡았다. 작곡은 오스카 8번, 그래미·토니어워즈에서 12번 수상한 영화 음악의 거장 알란 멘켄(Alan Menken)이 담당했다.

빵빵한 연출진이 새롭게 풀어낸 뮤지컬은 기대만큼이나 멋지다. 작품의 큰 뼈대는 원작에서 가져왔지만 넘버는 전혀 달라 새롭다. 특히 남자 배우들의 넘버가 추가돼 인상적이다. 여배우들만 노래를 부르는 영화와 달리 공연은 장르 특성상 남자 배우들도 1곡 이상의 넘버를 부른다.

악당 커티스는 들로리스를 찾는 장면에서 R&B 풍의 ‘잡히기만 해봐, 베이비(When I Find My Baby)’를 부르는데 이때 악하면서도 로맨틱한 양면성을 보여준다. 커티스의 부하 ‘TJ(제러드 베드굿 분)’ ‘파블로(모세스 버날 분)’ ‘조이(해리 맥에너니 5세 분)’ 세 얼간이도 각각의 장기를 드러내는 넘버로 영화에서보다 더 매력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다만 들로리스와 원장 수녀가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과정이 급하게 마무리돼 관객 입장에서 공감되지 않아 아쉬웠다.

그에 반해 새로 추가된 캐릭터 경찰관 ‘에디(윌 T. 트레비스 분)’나 주변인물의 분량이 불필요하게 많다고 느껴진다.

연출진은 ‘자막이 제3의 연기자’라고 느껴질 만큼 자막 제작에 신경을 많이 썼다. 공연장에 설치된 4개의 스크린을 통해 자막을 볼 수 있었다. 제작진은 글꼴·색깔·크기를 다르게 제작해 캐릭터 성격을 반영했다. 또 ‘이거 실화냐?’ ‘대박’ ‘개뿔’ ‘아주 칭찬해’ 등 유행어 번역문을 사용해 원어 뮤지컬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애썼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속 ‘들로리스(데네 힐 분)’가 수녀원에 다시 돌아와 노래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8
뮤지컬 ‘시스터 액트’속 ‘들로리스(데네 힐 분)’가 수녀원에 다시 돌아와 노래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8

이번 한국 공연에서 모든 배역은 원캐스팅으로 진행된다. 이 중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데네 힐과 김소향이다. 한층 어려진 ‘들로리스’를 연기한 데네 힐은 우피 골드버그보다 조금 더 순진하고 혈기왕성하며 껄렁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는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풍부한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속 ‘메리 로버트(김소향 분)’가 ‘들로리스(데네 힐 분)’와 작별인사 후 아쉬움을 달래며 노래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8
뮤지컬 ‘시스터 액트’속 ‘메리 로버트(김소향 분)’가 ‘들로리스(데네 힐 분)’와 작별인사 후 아쉬움을 달래며 노래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8

브로드웨이의 유리천장을 깨고 아시아인 최초로 ‘시스터 액트’에 참여한 김소향은 수습 수녀인 ‘메리 로버트’를 연기한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대사를 완벽히 소화하며, 소심한 메리 로버트의 캐릭터를 100% 완성한다. 그가 어떻게 동양인 최초로 발탁됐는지는 그의 무대를 보면 충분히 이해된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내년 1월 2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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