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12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됐을 뿐 나머지 상임위원회에서는 회의가 개최되지 않았다. 여야가 상정안건 등을 합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의 정족수가 모자라는 상임위가 많기 때문이다. 예산국회가 끝나자마자 일부 상임위 위원들은 외국제도 연구, 현장방문 등을 이유로 대거 해외 시찰을 나갔는바, 임시회의가 열린 당일에도 한일의원연맹소속 여야 의원 58명은 일본 현지에 체류하고 있었다.

정기국회가 12월 8일 종료되자 여야는 올해 중으로 해결할 시급한 민생법안이 많다는 사유를 들어 12월 23일까지 13일간의 회기로 임시국회 개최에 합의했다. 그래놓고서는 지도부와 상임위 위원들이 마치 경쟁이나 하듯 해외로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바,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의원 4명을 대동해 13일부터 20일까지 페루를 방문해 한·페루 의회의 교류 방안을 논의하고 페루국회가 수여하는 훈장을 받을 예정으로 있다. 그렇다면 임시국회 13일간 가운데 8일간은 국회의장이 자리를 비운 셈이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러의원외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여야 의원 6명과 동행해 11일 러시아로 출국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13~15일 일본 도쿄를 찾는데 의원들이 동행한다. 그밖에 국회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위원 등 100여명이 이번 임시회의 회기 중에 해외로 출국했으니 12월 임시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는 아예 불가능하다. 게다가 13일은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실시되는 상황이니 이러한 시기에 임시국회를 개최한 자체가 국민눈속임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국회 운영은 계획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임시국회를 열어놓고 아무런 일처리 없이 회기만 축내서는 안 된다. 20대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은 무려 7285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개혁입법과 민생법안 처리는 시급하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촌음을 아껴 의정활동을 해도 모자랄 판에 여유롭게 해외시찰 중이거나 당내 사정 등으로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지금의 국회 현실이 과연 민의의 대변기관으로서 정상적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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