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내년 무술년을 맞아 전시된 옛 그림속의 개(犬)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서화실 개편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옛 그림 속의 개(犬)의 모습은 어떨까.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앞두고 ‘평생도(平生圖)’와 같은 옛 풍속화에 등장하는 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이 마련한 이번 전시는 2005년 용산시대의 개막 이후 12년 만에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을 전면 개편하면서 마련한 자리다.

◆그림 속 다양한 개들

예로부터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자 집과 재물을 지켜주는 존재였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새해가 되면 개가 그려진 부적을 만들어 집안에 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개는 십이지(十二支)중 11번째의 상징 동물이다. 나쁜 기운을 물리쳐준다는 벽사(辟邪)의 의미가 강해 조선시대 민간에서 다수 제작됐다.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표현으로 장식성이 두드러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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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고 짖는 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달을 보고 짖는 개’ 그림에는 초가집 마당 밖에 있는 오동나무 사이로 둥근 달이 떠 있다. 그 아래 달을 보고 짖는 개 한 마리는 무언가 아쉬워하는 듯 달을 보고 있다. 달을 보고 짖는 개는 중국 송대의 문인 소식이 신령스러운 개라는 뜻의 ‘열방’이라 칭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개를 부르는 소년’은 19세기에 활동한 화가 신광현이 바람개비를 든 소년이 문 앞에서 개를 부르는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이 그림은 곳곳에 보이는 서양화풍이 눈길을 끈다. 소년과, 개, 기둥 뒤에 그려진 그림자, 소년의 얼굴과 손 등은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서양화법으로 그려졌다. 이는 비슷한 시기 서양화풍의 영향을 보이는 다른 그림들에서 찾을 수 없는 특징이다. 또 사람과 개가 교감하는 모습도 드문 예다.

‘개와 고양이’ 그림에는 두 동물의 앙숙관계가 표현됐다. 나무위로 도망친 고양이를 쳐다보며 둥치를 긁어대는 개의 모습은 두 동물 관계를 재밌게 표현해 놓았다.

‘매사냥’ 속에도 개가 등장한다. 매사냥은 삼국시대 이래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성행했다. 그림 속에 개의 목에 걸린 방울이나 하늘에서 꿩을 노리고 있는 매의 고급스러운 시치미(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꽁지 장식)에서 매와 개의 주인이 지체 높은 사람임을 알게 한다. 인물의 옷차림과 자세, 세밀하게 묘사한 뒤틀린 소나무 등은 17세기부터 18세기 초반에 그려진 화원의 고사인물화(신화나 역사상의 특정 인물에 연유된 일화들을 주제로 해 그린 인물화) 전통을 잇고 있다.

‘울타리 아래 삽살개’를 표현한 그림도 있다. 삽살개는 자그마한 몸집을 가졌지만 매우 용맹한 우리나라 토종개다. ‘삽’은 ‘쫓다’라는 뜻이고 ‘살’은 ‘귀신, 액운’이라는 뜻이다. 이름 자체가 ‘귀신을 쫓는 개’를 말하며 삽살개는 민요에도 곧잘 등장하는 친숙한 개다. 삽살개는 민요에도 자주 등장하며 예로부터 여염집은 물론 왕실과 대갓집에서도 길렀다. 그림 속의 복슬복슬 하고 눈을 덮는 긴 털, 매서운 눈매 등은 삽살개의 특징이 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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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전기 선조들이 꿈꾸었던 이상향이 아름답게 담은 산수화 두 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23점 서화작품도 공개

전시에는 조선시대 전기 선조들이 꿈꾸었던 이상향(理想鄕)이 아름답게 담은 산수화 두 점도 공개됐다. 최근 박물관은 ‘학포찬 산수도’ 1점을 구입했는데, 이 그림은 박물관 소장품의 산수도와 짝을 이루는 듯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다. 나란히 전시되는 두 점의 조선 전기 산수도는 화풍과 바탕종이가 같아서 한 화가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동파(蘇東坡)’로 알려진 북송의 문인 소식(1037~1101)의 삶·예술과 관련한 23건의 조선시대 서화작품도 공개됐다. 김홍도의 대표작 ‘서원아집도’ 병풍과 평양 출신 화가 이팔룡(19세기 활동)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서원아집도’ 12폭 작품을 최초로 공개됐다.

한편 이번 서화실 개편은 신임 관장 취임 후 첫 번째 상설전시실 개편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의 미래와 방향을 예시하는 사실상 첫 번째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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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대나무 그림을 보고 있는 관람객ⓒ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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