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희생자지원법 위헌제청…피해회복 새 국면 주목

(서울=연합뉴스) 일제에 징용된 피해자의 `미불 임금'(미수금)을 1엔당 2천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도록 한 법이 위헌 의심이 든다며 법원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정부는 2008년부터 `인도적 차원에서 고통을 위로한다'며 이 법을 근거로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대상자는 금액 산정이 부당하다며 반발해왔기 때문에 징용 피해 회복에 새 국면이 열릴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18일 일제 징용 피해자 김모 씨의 부인이 미수금을 1엔당 2천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도록 한 `태평양 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지원법)' 5조 1항에 대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1엔당 2천원의 환산비율은 강제동원이라는 불법 행위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제한된다고 봤을 때 정신적 손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설사 강제동원 배상 청구권이 제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1975년을 기준으로 엔화와 원화를 환산하는 등 비율 산정에 합리적 이유가 부족하고 그간의 물가나 환율 상승에 비춰 매우 적은 금액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협정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에는 "보상은 별개 법률로도 가능하고 협정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이로 인해 제한되는 김씨 부인의 사익(私益)보다 우월하다"며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1944년 일제에 의해 군인으로 중국에 강제 동원됐다가 귀환했으며 1987년 세상을 떠났다.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 지원회는 작년 6월 김씨가 일본에서 지급받을 수 있었던 급료 등 미수금을 270엔으로 결정하고 지원법에 따라 1엔을 2천원으로 환산해 김씨의 부인과 아들에게 각 27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유족은 이에 불복해 결정 취소 소송을 내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헌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만약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미수금 피해자가 물가 상승분 등이 제대로 반영된 현실성 있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불임금은 징용된 조선인을 부린 일본 기업 등이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임금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일본 후생성이 해당 기업 등에게 이를 공탁소에 맡기도록 지시했다.

현재 일본은행에는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미불임금 3억600만엔이 공탁돼 있는데 이는 당시 액면가라서 현재의 물가가치로 3∼4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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