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만들며 탈북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0
㈔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만들며 탈북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0

탈북자 여성박사 1호 ㈔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
 

남·북의 차이·동질 알리고
탈북자들 향한 관심 요구
“통일 필요성 못 느낄 수도
그러나 우리는 남이 아냐”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북한체제 아래 배고픔을 경험한 후 생사의 경계를 넘어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경험한다. 이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도 남한의 문화를 경험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통일을 염원한다. 탈북자들의 이러한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소통하는 게 통일을 위한 작은 첫발이 될 수 있다.

북한 음식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음식점 능라밥상을 개점해 탈북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해주고, 통일약과를 만들며 통일을 위한 잰걸음을 내딛는 이가 있어 만나봤다. ㈔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이다. 탈북자 여성박사 1호인 이애란 원장은 2010년 미국 국무부 선정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 아시아인 수상 1호이기도 하다. ‘밥상으로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기치로 북한전통음식조사 발굴사업 책임연구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서울 종로3가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통일을 위한 활동을 묻는 물음에 이 원장은 “통일을 하려면 분단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념의 차이 때문에 분단됐지만, 오늘날 한국사회는 이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공산주의보다 우월한 측면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북한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북한체제 붕괴를 바라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을 잘 지켜달라며 국군과 주한미군에게 통일약과를 만들어서 지원하기도 했다. 통일약과는 개성방식으로 만든 약과인데, 통일을 위한 약과라는 의미에서 ‘통일약과’라고 이름을 붙였다. 탈북여성들의 일자리를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 건설한 공로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승만 학당을 개설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탈북자들에게 교육을 했다”며 “이는 건국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 어떤 지향점을 갖고 이 체제를 만들었는지 한국 근현대사를 통해 배우게 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탈북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현재는 한국 일반인들도 강좌를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북한음식을 통해 통일 체험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고난의 행군 시기(1995~1998년까지 북한에서 발생한 대기근) 배급된 음식과 남한의 음식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주면서 두 체제의 다름을 교육한다는 설명이다. 이질적인 측면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음식점 능라밥상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북한음식의 맛을 보여주면서 동질성과 지향해야 할 것도 느끼게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탈북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 인천, 서울 종로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이 원장은 “안타까운 것은 북한 주민들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고 음식점을 잘 찾아주질 않는다는 점”이라며 “간판 앞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고민만 하는 모습들을 봤다. 신뢰의 바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만들며 탈북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애란 원장이 소개한 통일약과.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0
㈔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만들며 탈북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애란 원장이 소개한 통일약과.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0

 

그는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을 요구했다.

“체제가 다를 뿐이다. 북한 주민이 무슨 죄가 있나. 한국사회 와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자존감을 회복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탈북자들에게 갖는 선입견과 오해, 말로 주는 상처로 자존감이 떨어진다. 서로 신뢰해야 한다.”

이 원장은 탈북자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배려를 부탁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생활보호만 받아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먼저 나온 탈북자들이 노하우를 공유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탈북자들도 한국사회에서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탈북자는 남한에 건너와서 아무런 지지 기반이 없다는 것”이라며 “국가가 주도하는 관계가 아니라 시장자유경제이기에 개개인의 신뢰관계에 따라 경제활동을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생활을 이어나가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뢰관계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게 아니다. 또 신뢰관계가 형성돼도 실수 한 번으로 깨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정착하는 것은 녹록치 않다. 재정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오는 압박은 치명타다. 일례로 이 원장은 정부가 최저임금수준을 언급하며 소상공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돈이 안 벌려서 못주는데, 임금이 자꾸 높아지니 더 일손이 사라지고 악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으로 평등을 주장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불평등이 고조되고 있는 주장이다.

이 원장은 “정부가 하나님은 아니지 않은가. 만능일 수도 없다”며 “규제(제도)가 많아진다고 해서 좋은 나라가 되는 게 아니다.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직원을 데리고 있다고 해도 나도 150만원 받고 일하고 있고, 그마저도 못 받을 때도 있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이 원장은 “우리사회가 기본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원칙보다 반칙 주장 목소리가 더 높다. 법치가 아니라 눈치다. 상식보다 비상식을 요구하는 이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 전체주의적인 측면이 나타나고 있으니 위험한 상황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만들며 탈북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한 탈북자가 개성약과에 쵸콜렛을 입힌 쵸콜렛 약과를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0
㈔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만들며 탈북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한 탈북자가 개성약과에 쵸콜렛을 입힌 쵸콜렛 약과를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0

그는 심각한 취업난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너무 국가에 모든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국가를 향한) 책임감보다 의지·의탁해 살아가려는 게 심한 것 같다. 경계해야 하지 않겠나. 취업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월급을 많이 주는 삼성 현대 등 대기업에만 들어가려고만 한다. (경제적 등급으로) 간부만 하려든다. 희생적으로 일을 하려고 해야 발전한다. 부려먹으려고만 하면 안 된다.”

그는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물론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고 본다. 당장 통일을 하지 않아도 부족함을 느끼는 게 없지 않는가. 통일을 안 했다고 해서 못갈 곳도 없고, 불편한 것도 없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남이 아니다. 가족이다. 이산가족이 1000만이라고 하지 않는가.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또 통일이 되면 남한에 있는 청년층은 취업의 기회가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는 언론을 향해서도 “언론과 미디어들이 통일을 위해 더 공정한 방송과 보도를 해줘야 하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만들며 탈북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0
㈔자유통일문화원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만들며 탈북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애란 원장이 통일약과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0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