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민심으로 탄핵안 가결… 정권교체로 이어져
민주당 전성기… ‘원죄’ 보수진영 지리멸렬 갈등

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뉴스천지)DB
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뉴스천지)DB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상전벽해(桑田碧海).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 1년 동안을 이같이 표현할 만하다.

지난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책임을 묻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정치권은 그야말로 격변기를 맞았다. 권좌는 몰락했고, 정권은 180도 바뀌었다.

시발점은 탄핵안 가결이었다. 야당에 의해 탄핵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만 해도 통과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반반이었다. 당시 탄핵안을 둘러싼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내분이 격화되면서 탄핵안 가결 가능성도 안갯속에 들었다.

재적의원 2/3 이상이 탄핵안에 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박계의 찬성표가 반드시 필요했다. 제1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비박계 설득에 사력을 다했고,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박지원 전 대표는 탄핵안 처리시기를 12월 2일에서 9일로 연기할 것을 제안하는 등 최적의 시점을 조율했다.

갈등 속에 탄핵안 처리에 머뭇거리던 비박계를 탄핵 찬성으로 돌려세운 결정적 계기는 촛불 민심이었다. 12월 2일 탄핵안 처리가 무산된 것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무려 232만명이란 촛불 민심의 거대 파도와 마주한 비박계는 결국 탄핵 열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핵안이 통과하자 이번엔 헌법재판소에서의 지난한 탄핵 심판 절차가 이어졌다. 무죄를 주장하는 박 전 대통령과 탄핵소추위원 간 피 말리는 공방이 계속됐다. 싸움은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계속 타오르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부대’가 맞불을 놓으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정치권에서도, 법정에서도, 일반 국민도 모두 둘로 갈려 공방을 벌이는 갈등의 대한민국이었다.

갈등의 고리를 끊은 것은 헌법재판소였다. 지난 3월 10일 오전 11시. 대한민국의 눈과 귀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입으로 쏠렸다. 그는 차분하게 주문을 읽어 내려갔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란 말이 나오자 거리는 또다시 함성으로 뒤덮였다.

‘8대 0’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파면 결정은 의외의 결과였다. 정치권에선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파면 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일부 재판관들의 반대로 부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파다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자격에 대한 논쟁은 일단락됐다.

권좌에서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파면된 사상 첫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자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란 칭호가 치욕적인 오점으로 얼룩지는 순간이었다.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21일 만에 구속된 그는 현재도 영어의 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불러온 조기 대선은 대한민국을 또 한 번 뒤집었다. 야당의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조기 대선에서 새누리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권좌에 올랐다. 민주당은 제1당이자 집권여당으로서 50%를 넘나드는 당 지지율과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사태의 ‘원죄’를 안은 보수진영은 지리멸렬한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탄핵 사태를 계기로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쪼개져 나갔고, 탄핵 사태 책임론과 인적 청산을 둘러싼 내홍이 지금도 계속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의 후신인 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는 등 과거와의 정치적 결별을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를 내부 반발에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수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 세력 규합에 나선 상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당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담당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두 거대 정당 속에 생존을 모색하는 처지가 됐다. 일부 복당파가 한국당으로 돌아가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연대와 통합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국민의당에선 호남계 인사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발하면서 분당 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들 정당의 운명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엇갈릴 전망이다. 보수진영이 보수 세력의 지지를 회복해 재기에 성공할지, 아니면 민심의 싸늘한 심판에 또다시 직면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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