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 웨스트뱅크의 라말라에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군과 충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 웨스트뱅크의 라말라에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군과 충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중동‧이슬람‧유럽‧유엔‧교황 우려 목소리

[천지일보=이솜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발언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제법상 현재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도시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우려가 크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 각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러시아도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받아들인다”며 “예루살렘과 관련한 미국의 새로운 입장 발표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계와 역내 전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관련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을 보이고 위험하고 통제 불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발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독일은 ‘두 국가 해결안’을 위한 유엔의 노력을 지지하는 맥락에서 어제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평화 협상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예루살렘의 지위는 ‘두 국가 해결안’의 맥락에서 협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가 언급한 ‘두 국가 해결안’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독립을 인정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기 다른 두 개의 국가로 공존하며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개념을 뜻한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 단체인 하마스가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비난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터키, 요르단 등 내에서는 반미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게다가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리반,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 조직 알샤바브 등도 저항하겠다고 밝혀 상황은 더욱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이슬람권 국가인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도 줄줄이 반대 성명을 냈다. 

불안한 국제정세를 우려한 유엔과 유럽연합(EU), 교황도 쓴 소리를 가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예루살렘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직접적인 평화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성명을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두 국가 해결안’외 다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유엔 결의안에 따라 이스라엘의 현 상황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미 찢기고 상처 입은 세계에 긴장을 더하는 모든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일 긴급회의를 열고 예루살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각국 비난이 이어지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방어에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막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장관 회의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단순히 미국인들의 뜻을 따르고 있다”며 이 같은 태도를 보였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995년 미국의회에서 승인한 법안을 실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미국의회는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는 행정명령을 통해 6개월 마다 이전을 연기해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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