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07년 12월 7일 초유의 원유유출사고로 충남 태안 해변이 검게 변했다. 선박 충돌로 유조선의 원유탱크에 구멍이 났고 1만 900톤의 원유가 유출됐다.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대형유조차(25㎘ 기준) 500대가 바다에 빠진 셈이었다. 1995년 여수 씨프린스호의 기름 유출량(5035㎘)의 2.5배, 피해액은 14.7배에 달하는 초대형 해양오염사고였다. 

당시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을 뒤덮은 검은 기름에 현지 주민 몇 명은 모든 게 끝났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모두가 한숨만 내쉬는 그 순간 기적은 시작됐다. 무려 도합 123만명의 봉사자가 생계를 뒤로 하고 태안을 찾았다. 누가 오라가라 하기 전에 무명천을 손에 쥐고 바위에 붙은 기름 덩어리를 떼러 태안을 찾았다. 한겨울 바닷바람도 그 열정을 이기진 못했다. 현장엔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위기 앞에 똘똘 뭉치는 우리 국민 특유의 단결심과 인내심은 전 세계에 보도됐고, 한강의 기적과 더불어 태안의 기적으로 보도됐다. 되돌아보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될 자리였다. 남의 일이라고 모른 체 해도 될 곳에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내 일처럼 뛰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사고 당시 각 언론은 바다와 해안을 비롯한 서해 거의 전역이 오염됐다, 완전한 복구까지는 20여년이 걸린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7일 충남연구원이 발간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 후 10년 동안의 충청남도 해양환경 변화’란 보고서를 보면 사고 직후 태안지역 전체 해안의 69.2%에 달했던 ‘심각’ 수준의 잔존유징이 2014년 기준 0%로 바뀌었다. 이미 회복이 됐으니 망정이지 그렇게 나서지 않았다면 30년이 걸렸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 사이 얼마나 많은 태안 주민이 울다 지쳐 목숨을 끊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본디 ‘슬픔은 같이 하면 반이 되고, 기쁨은 함께하면 배가 된다’ 했다. 태안이 겪은 슬픔에 123만명이 함께했기에 슬픔은 빨리 사라졌고, 기쁨은 수만 배가 됐다. 태안 기름유출사태는 위기 앞에 더 강해지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입증했다.

그러나 더불어 인간의 실수로 빚어지는 환경오염이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후대에 아름답게 회복된 바다를 물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태안 회복을 위해 함께했던 123만의 이름 모를 국민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아울러 그날의 참사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다시는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건 10년 전 그날은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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